獨寢不愧衾銘(독침불괴금명)-柳成龍
獨寢不愧衾銘(독침불괴금명)
혼자 자도 이불에 부끄럽지 않은 명-柳成龍
暮夜之暗(모야지암) : 깊은 밤 깜깜한 때는
帝其我臨(제기아림) : 하늘이 나에게 임하고
屋漏之幽(옥루지유) :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는
神其爾伺(신기이사) : 신이 나를 살피고 있다
勿謂無知(물위무지) : 혼자 있으니 아무도 모를 것이라 말을 말라
其機孔彰(기기공창) : 혼자 있어도 그 기미는 드러난다.
勿謂何傷(물위하상) : 혼자 있으니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지 말라.
其慝將長(기특장장) : 그 사특한 것이 싹이 트고 자란다.
莫見者隱(막견자은) : 숨기려는 것보다 더 잘 보이는 게 없고
莫顯者微(막현자미) :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게 없으니
斯須不謹(사수불근) : 잠시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衆惡皆歸(중악개귀) : 모든 잘못이 나에게 돌아온다.
我有我心(아유아심) : 내안에 있는 내 마음은
旣明且靈(기명차령) : 이미 밝고도 신령하다
一有爽德(일유상덕) :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中心不寧(중심불녕) : 양심이 편안치 않다네.
豈待人知(기대인지) : 어찌 남이 알아야만
然後爲愧(연후위괴) : 굳이 부끄러워할까?
是以君子(시이군자) : 이러므로 군자는
罔敢或肆(망감혹사) : 행여나 잘못될까 자나 깨나 걱정이라네.
一誠植中(일성식중) : 한결 같은 성심이 마음속에 심어지면
動必以禮(동필이례) : 행동거지가 모두 예의에 맞는다네.
惰慢邪僻(타만사벽) : 게으르고 간사한 나쁜 행동을
寧設于體(녕설우체) : 어찌 나에게 있게 하리
日用造次(일용조차) : 낮에는 분주하다가
嚮晦燕息(향회연식) : 밤이 되면 쉬게 된다.
翼翼兢兢(익익긍긍) : 조심하고 또 조심하여
維帝之則(유제지칙) : 하늘의 법칙대로 따르라.
剔邪去私(척사거사) : 간사하고 사사로운 욕심 멀리하여
是保是守(시보시수) : 타고난 성품을 보존하세
內省不㡱(내성불구) : 양심상 허물될 게 없다면
何愧之有(하괴지유) : 이 세상에 무엇이 부끄럽겠나?
推其極致(추기극치) : 지극한 그 경지를 추구하면
浩然天地(호연천지) : 천지와 같이 높고 넓다네.
卓哉西山(탁재서산) : 위대하다 남송(南宋)의 진서산(眞西山)이여!
用力深至(용력심지) : 학문에 힘씀이 지극히 깊었도다.
一言警策(일언경책) : 일깨워 주는 그 한 말씀은
以迪來裔(이적래예) : 후손들의 산 교훈이라
作德日休(작덕일휴) : 덕을 닦으면 날마다 훌륭해지지만
作僞日拙(작위일졸) : 거짓을 행하면 날마다 옹졸해지니
聖狂之別(성광지별) : 성인과 미치광이의 구분이
由此異轍(유차이철) : 여기에서 그 길이 달라진다.
不誠無物(불성무물) : 성실하지 못하면 아무 일도 안 되는 것을
古聞其語(고문기어) : 오래 전부터 듣고 있네. 그러한 말을
臣拜銘之(신배명지) : 신은 삼가 명문(銘文)을 써서
敢告褻御(감고설어) : 감히 가까이 모신 분들께 아룁니다.
유성룡(柳成龍)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임진왜란 중 민정(民政)·
군정(軍政)의 최고관직을 지내면서 전시 조정을 이끌었으며,
임진왜란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왕조를 재정비·강화하기 위한
응급책으로서 각종 시무책(時務策)을 제기했다.
본관은 풍산(豊山), 자는 이견(而見),
호는 서애(西厓)·운암(雲巖)이다.(1542~1607)
서애(西厓) 유상공(柳相公)은 퇴계선생의 문인으로
임진왜란 당시에 큰 업적을 남긴 명재상(名宰相)이다.
공의 이 좌우명(座右銘)은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누구나 잠을 잘 때는 이불을 덮고 자는데,
내 옆에 아무도 없고 이불만 있게 마련이다.
내가 혼자서 이불을 덮고 잘 때,이불에게 마저도 부끄럽지 않을
생각을 정리해서 스스로 좌우명으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