飮酒(음주)11.12.13.14.15首-陶淵明
飮酒 其十一.-陶淵明
顔生稱爲仁(안생칭위인):顔回는 어질다고 일컬어졌고
榮公言有道(영공언유도):榮啓期는 도 있다고 말하지마는
屢空不獲年(누공불획년):끼니 자주 거르고 오래 살지 못했고
長饑至於老(장기지어노):내내 굶주리면서 노경에 이르렀다
雖留身後名(수류신후명):비록 죽은 후의 명성을 남기는 하였으나
一生亦枯槁(일생역고고):살아 생전에 역시 비쩍 말라 지냈다
死去何所知(사거하소지):죽어 버리면 무엇을 알랴
稱心固爲好(칭심고위호):마음에 맞게 사는 게 본래 좋은 것이다
客養千金軀(객양천금구):어떤 이는 천금 가는 몸 기르다가
臨化消其寶(임화소기보):죽는 마당에 그 보배 없어진다.
裸葬何必惡(나장하필오):벌거숭이로 장사지낸들 싫어할 것 있겠는가
人當解意表(인당해의표):사람들은 마땅히 일반 생각 밖의 뜻을 알아야 한다
*屢 :여러 루
飮酒 其十二
長公曾一仕(장공증일사):張長公은 일찍이 한차례 벼슬했으나
壯節忽失時(장절홀실시):장년에 느닷없이 때를 잃었다
杜門不復出(두문불부출):문을 닫고 다시는 나가지를 않았고
終身與世辭(종신여세사):죽을 때까지 세상과 끊어 버렸다
仲理歸大澤(중리귀대택):楊仲理가 대택으로 돌아오자
高風始在玆(고풍시재자):고상한 기풍이 그곳에서 생겨났다
一往便當已(일왕변당이):한번 나갔으면 마땅히 그만두어 버릴 일이지
何爲復狐疑(하위부호의):무엇 때문에 다시 의심을 하는 건가
去去當奚道(거거당해도):가버려라 가버려 또 무엇을 말하려는가
世俗久相欺(세속구상기):세속에선 오래도록 속여 왔는 걸
擺落悠悠談(파락유유담):쓸데 없은 말 집어치워 버리고
請從余所之(청종여소지):나 가는 곳으로 따라 오시라
*玆 :이에 자,奚 :어찌 해, 擺 :열릴 파
長公(장공):전한前漢 사람 장지長摯의 자字가 장공이다.
장석지張釋之의 아들로 벼슬은 대부大夫였다.
그러나 세상과 맞지 않아 물러난 후 종신토록 나아가지 않았다.
仲理(중리):후한後漢의 학자 楊倫,字가 仲理이다.
군문학연이라는 벼슬을 지냈으나 뜻에 맞지 않아
벼슬을 버리고 강호에서 글을 가르쳤다.
제자가 천여 명에 이르렀다 한다.
그 후에도 세 번이나 불림을 받았으나 끝내 나아가지 않았다.
大澤(대택):넓은 沼澤지방,江湖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狐疑(호의):결단성 없이 우물쭈물하다.
當奚道(당해도):奚는 何와 같다.
擺落(파락): 털어 없애다.
悠悠談(유유담): 한가로운 사람들의 헛소리.
즉 자신은 농사를 짓지 않고 허튼소리나 하며 무위도식하는
위정자나 공리공담에 빠진 철학자 같은 상류층과
함께 어울려 한담을 나누지 않겠다는 뜻.
飮酒 其十三
有客常同止(유객상동지):어떤 사람들 일찍이 함께 살면서
取捨邈異境(취사막이경):하는 일이 전연 딴판 이었다
一士長獨醉(일사장독취):한 사람은 늘 홀로 술에 취해 있었고
一夫終年醒(일부종년성):한 사나이는 일년내 술 깨어 있었다
醒醉還相笑(성취환상소):술 깬 사람과 취한 사람 또 서로 웃었고
發言各不領(발언각불령):말을 하면 서로 알아 차리지 못하네
規規一何愚(규규일하우):경계하는 어리석음을 꾸짖는 것과 같고
兀傲差若穎(올오차약영):외로이 우쭐한 건 약간 잘난 것 같다
寄言酣中客(기언감중객):얼큰히 취해 있는 객에게 말을 전하거니와
日沒燭當炳(일몰촉당병):해가 지면 촛불을 밝히시구려
*邈:멀 막, 兀:우쭐할 올, 酣:술에 취할 감,
飮酒 其十四
故人賞我趣(고인상아취):옛 사람들 나를 반기어
挈壺相與至(설호상여지):술병 들고 무리 지어 찾아왔네
班荊坐松下(반형좌송하):소나무 아래에 자리 까니
數斟已復醉(수짐이부취):몇 잔의 술에 이내 취했네
父老雜亂言(부노잡난언):마을 사람들 어지러이 떠들고
觴酌失行次(상작실행차):술 따름의 순서도 잊어버렸네
不覺知有我(불각지유아):내가 있음조차 알지 못하고
安知物爲貴(안지물위귀):명리 귀한 줄도 알지 못하네
悠悠迷所留(유유미소유):한가로이 마시고 즐기노라니
酒中有深味(주중유심미):술 속에 깊은 뜻이 있구나
*斟:짐작할 짐, 挈:손에 들 설
飮酒 其十五
貧居乏人工(빈거핍인공):가난한 생활이라 사람 품(品) 모자라서
灌木荒余宅(관목황여택):灌木이 내 집을 황무하게 만들었다
班班有翔鳥(반반유상조):또렷또렷, 나는 새 있는데도
寂寂無行跡(적적무행적):잠잠하고 지나가는 자취 없다
宇宙一何悠(우주일하유):우주는 어찌도 그토록이나 한정 없는가
人生少至百(인생소지백):사람 사는 건 백 살이 별로 없는데
鬢邊早已白(빈변조이백):귀밑머리는 일찌감치 세어 버렸다
若不委窮達(약불위궁달):곤궁과 영달을 도외시하지 않는다면
素抱深可惜(소포심가석):臨본래 품었던 생각이 퍽이나 可惜하다
*鬢:살쩍빈(관자놀이와 귀 사이에 난 머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