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 詩(잡시) 1.2.3.4首-陶淵明(도연명)
雜詩一(잡시).
陶淵明(도연명)
人生無根蔕(인생무근체):인생은 뿌리도 꼭지도 없으니
飄如陌上塵(표여맥상진):들길에 날리는 먼지와 같은 거라.
分散逐風轉(분산축풍전):흩어져 바람 따라 굴러다니니
此已非常身(차이비상신):이것이 이미 불변의 몸뚱아리 아니지
落地爲兄弟(락지위형제):태어나면 모두가 형제가 되는 것.
何必骨肉親(하필골육친):어찌 꼭 한 핏줄 사이라야 하랴.
得歡當作樂(득환당작낙):즐거울 땐 응당 풍류 즐겨야 하니
斗酒聚比隣(두주취비린):한 말 술로 이웃과 어울려 본다네.
盛年不重來(성년부중래):한창 나이 다시 오는 거 아니고
一日難再晨(일일난재신):하루에 두 새벽이 있기는 어려워.
及時當勉勵(급시당면려):늦기전에 면려해야 마땅한 거야
歲月不待人(세월부대인):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으니.
蔕:꼭지체.蒂와 동자
雜 詩 二.
白日淪西阿(백일윤서아):태양이 서쪽 산에 지자
素月出東嶺(소월출동령):맑은 달이 동쪽 마루에 뜨니
遙遙萬里暉(요요만리휘):만리 아득히 달빛 번지고
蕩蕩空中景(탕탕공중경):하늘에 넘실넘실 술렁이노라
風來入房戶(풍래입방호):바람이 방문사이로 스며들고
夜中枕席冷(야중침석랭):밤중엔 베갯머리 싸늘하여라
氣變悟時易(기변오시역):기후 변하여 계절 바뀐 줄 알겠고
不眠知夕永(불면지석영):잠 못 들어 밤이 길어졌음 알겠노라
欲言無予和(욕언무여화):말(言)과 노래 주고 받을 짝도 없이
揮杯勸孤影(휘배권고영):술잔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권하노라
日月擲人去(일월척인거):세월은 날 버리고 가거늘
有志不獲騁(유지불획빙):나는 뜻을 이룩하지 못하니
念此懷悲悽(염차회비처):가슴 속 서글프고 처량하여
終曉不能靜(종효불능정):밤새 조용하지 못했노라
雜 詩 三.
榮華難久居(영화난구거):榮華는 오래 가기 어렵고
盛衰不可量(성쇠불가량):盛衰는 예측할 수 없노라
昔爲三春蕖(석위삼춘거):지난 봄철에 피던 연꽃이
今作秋蓮房(금작추연방):올 가을에 연밥 되었네
嚴霜結野草(엄상결야초):들풀에 심한 서리 맺혔으나
枯悴未遽央(고췌미거앙):속까지 말라 시들지는 않으며
日月還復周(일월환부주):해와 갈이 다시 두루 돌거늘
我去不再陽(아거부재양):나는 잃은 세월 되찾지 못해
眷眷往昔時(권권왕석시):지난 날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憶此斷人腸(억차단인장):나의 창자는 끊어지는 듯하여라.
蕖:연꽃 거
雜 詩 四.
丈夫志四海(장부지사해):丈夫는 뜻을 사해에 편다지만
我願不知老(아원부지로):나는 늙음 잊고 글을 배우리
親戚共一處(친척공일처):친척들과 한 곳에 모여 살고
子孫還相保(자손환상보):자손들을 한 결 같이 잘 키우리
觴弦肆朝日(상현사조일):아침부터 술 마시며 거문고 타고
樽中酒不燥(준중주불조):술통에 술 떨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緩帶盡歡娛(완대진환오):허리띠 풀고 마냥 즐기고
起晩眠常早(기만면상조):늦게 일어나고,늘 일찍 잠들고저
孰若當世士(숙약당세사):허나 오늘의 속인들은 엉뚱한 생각
冰炭滿懷抱(빙탄만회포):가슴에 품고 헛튼 수작만 부리며
百年歸丘壟(백년귀구롱):백년 살다가 흙 무덤에 돌아가니
用此空名道(용차공명도):그렇듯,빈이름 얻어 무엇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