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女相誑(부녀상광) :부녀가 서로 속이다.
父女相誑(부녀상광) :부녀가 서로 속이다.
鄕一士人有一女 甚愛之(향일사인 유일녀 심애지)
시골의 한 선비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 딸을 매우 사랑했다.
及長 出嫁數十里越村(급장 출가수십리월촌)
딸이 장성함에, 수십 리 떨어진 건넛 마을로 시집을 보냈다.
父 送女 不能忘 種種 徒步 往見(부송녀 불능망 종종도보왕견)
아버지는 딸을 보내 놓고 잊을 수가 없어서 종종 도보로 가보곤 했다.
※種種(가끔:이두식 표현)
女當 家而頗豊饒 數十里徒步老父(여당 가이파풍요 수십리도보노부)
딸이 시집간 집은 자못 살림이 풍요로웠으나 수십 리 걸어온 늙은 아비에게
輒不饋一盃酒一器飯而空送(첩불궤 일배주 일기반이공송)
술 한 잔, 밥 한 그릇을 대접하지 않고 번번이 그대로 돌려보냈다.
父 每每不免飢乏而歸 心常咄咄曰(부 매매불면기핍이귀 심상돌돌왈)
아버지는 매번 배고픔을 면치 못한 채 돌아와서 마음으로
늘 괴이쩍어 하면서 하는 말.
吾愛渠女何如而 渠則遠來之父(오애거녀 하여이 거칙원래지부)
내가 그년을 어떻게 사랑했는데 그년이 멀리에서 온 아비를
一不以一勺水饋之 何其是無心也(일불이일 작수궤지 하기시무심야)
물 한 잔도 대접하지 않았으니 어쩌면 이처럼 무심할 수 있으랴.
吾當假稱死送訃(오당가칭사송부)
나(아버지)는 마땅히 거짓으로 일컫기를, 죽었다고 부고를 보내고서
觀其卽來而 哀不哀也(관기즉래이 애불애야)
딸이 즉각 와서 슬퍼하는지 않는지를 보겠다" 고 했다.
乃與家人言其事而約之(내여가인 언기사이약지)
이에 집안 사람들에게 그 일을 말하고, 그들과 약속을 했다.
一日 送人傳訃而 覆單衾而臥如死人樣(일일 송인전부이 복단금이와 여사인양)
하루는 사람을 보내어 부고를 전하고 홑이불을 덮어쓰고
누워서 죽은 사람같이 하고 있었다.
女果卽來撫哭曰(여과즉래무곡 왈)
딸은 생각대로 즉시 와서 아버지를 어루만지며 곡을 하면서 하는 말,
此何事也 父主 再昨日來時(차하사야 부주 재작일래시)
이것은 어찌 된 일이요! 아버지께서 엊그제 오셨을 때
吾以白飯肉羹 美酒佳肴 進之(오이백반육갱 미주가효 진지)
흰쌀밥과 고깃국 그리고 맛좋은 술과 향기로운 안주를 대접했더니
父主 甘食而 身觀如常(부주 감식이 신관여상)
아버지께서 맛있게 잡수셨고, 신관이 여느 때와 같았는데,
數日之間 忽至此境 此何事也(수일지간 홀지차경 차하사야)
수일 사이에 갑자기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게 어찌된 일이요!” 라 했다.
又痛哭曰 父主謂我而 某處木花田(우통곡왈 부주위아이 모처목화전)
또 통곡을 하면서 하는 말,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시는 말씀으로, 어디에 있는 목화밭과
某處早稻畓 給我云云矣(모처조도답 급아운운의)
또 어디에 있는 올벼 논을 저에게 주신다고 말씀하시더니,
今向 何處推去乎(금향 하처추거 호)
이제 그것들을 어디에 가서 찾아 간단 말이오?”
如是爲言 痛哭不已(여시위언 통곡불이)
이렇게 말하며 통곡을 그치지 않았다.
盖女意 知父死 欲使家人 聞此(개여의 지부사 욕사가인 문차)
대저 딸의 속뜻은 아버지는 죽은 줄 알고 집안 사람들이 이를 듣게 해서
給田畓之計也(급전답지계야)
논과 밭을 주도록 한다는 계책이었던 것이다.
父 蹶然起 坐 張 目責之曰(부 궐연기좌 장목책지 왈)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앉아 눈을 부릅뜨고 딸을 꾸짖으며 하는 말,
※蹶然起(궐연기:벌떡 일어나)
無常惡女 謂吾死而敢來如此耶(무상악녀 위오사이감래여차야)
비할 대 없는 나쁜 년아! 내가 죽었다고 말하니 감히 와서 이와 같으냐?
吾再昨日 初不往汝家(오재작일 초불왕여가)
내가 그저께 처음으로 너의 집에 간 것이 아니다.
前後往見 汝何嘗饋我一勺水(전후왕견 여하상궤아일작수)
그 전후 차례 가서 보았으나, 너는 나에게 언제 한 잔의 물이라도
대접한 적이 있느냐?
吾何嘗許汝田畓乎(오하상허여전답호)
나는 어찌 너에게 전답을 주겠다고 허락했겠는가?
如汝奸惡之女 世上 豈有二哉(여여간악지녀 세상 기유이재)
너와 같은 간악한 계집은 이 세상에 둘도 없으리라!
女 拭淚巧笑 執父手曰(녀 식루교소 집부수왈)
딸은 눈물을 닦으며 교활하게 웃음을 짓고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하는 말,
父主之死 豈眞死乎小女之哭 豈眞哭也(부주지사 기진사호 소녀지곡 기진곡야)
아버지의 죽음은 어찌 진짜이며, 소녀의 울음은 어찌 참 울음이리요?”하니
父 口苦無言 含笑而送之(부 구고무언 함소이송지)
아버지가 입이 괴로워서 아무 말 없이,웃음을 머금고 딸을 시집으로 보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