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刑(오형)과 五樂오락)
정조시대의 심노숭(1762~1837)의 自著實紀(자저실기)를 보면,
노인의 다섯 가지 형벌(五刑)과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에 대해 논한 대목이 흥미를 끈다.
먼저 다섯 가지 형벌에 관한 설명이다.
사람이 늙으면 어쩔 수 없이 다섯 가지 형벌을 받게 된다.
*보이는 것이 뚜렷하지 않으니 목형(目刑),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치형(齒刑)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각형(脚刑)
*들어도 정확하지 않으니 이형(耳刑)이요,
*그리고 또 궁형(宮刑)이다.
눈은 흐려져 책을 못보고
이는 빠져 잇몸으로 호물호물한다.
걸을 힘이 없어 집안에 박혀 있고,
보청기 도움 없이는 자꾸 딴소리만 한다.
마지막 궁형은 여색을 보고도 아무 요동이 없다는 뜻이다.
承旨(승지) 呂善德(여선덕)의 이 말을 듣고 沈魯崇(심노숭)이 즉각 반격에 나선다.
이른바 노인의 다섯 가지 즐거움이다.
*보이는 것이 또렷하지 않으니 눈을 감고 정신을 수양할 수 있고,
*단단한 것을 씹을 힘이 없으니 연한 것을 씹어 위를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다리에 걸어갈 힘이 없으니 편안히 앉아 힘을 아낄 수 있고,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나쁜 소문을 듣지 않아 마음이 절로 고요하고,
*여색을 보고도 거시기가 요동치지 않으니 패가 망신을 당할 행동에서
저절로 멀어지니 이것을 다섯 가지 즐거움(五樂)이라 하리라.
생각을 한번 돌리자
그 많던 노화에서 오는 내 몸의 불행과 좌절이 더없는 은혜와 기쁨으로 변한다.
눈을 감아 정신을 기르고, 가벼운 식사로 위장을 편안케 한다.
힘을 아껴 고요히 앉아 있고, 귀에 허튼소리를 들이지 않으며,
정욕을 거두어 장수의 기틀을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