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엔 금줄이란 것이 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짚을 잘 추려서 왼 새끼를 꼬아서 대문에 처서
출산을 알리고 부정한 외인의 출입을 막았다.
또한 소나 돼지가 새끼를 낳아도 금줄을 첬는데.
이때는 솔가지와 숯.고무신을 꾀어 가축의 새끼 낳음을 표시하고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금했으며.
당산제.마을굿.성황당 고사때도 마을어귀나 성황당 입구에 붉은 황토흙을
군데 군데 놓고 금줄을 처서 부정한 사람이나 외인들의 출입을 막고
마을굿이나 성황제를 정갈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정성스레 올리었다.
장을 담글때에는 붉은 고추와 숯.대추를 넣고 장독에는 금줄을 처서
장맛이 있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나는 금줄 세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면
아버지가 대문에 금줄을 걸었다. 이를 ‘검줄’ ‘인줄’ ‘삼줄’이라고도 한다.
요즘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금줄을 구경조차 못했다.
아이가 세상에 온 표식,금줄
옛 어른들은 대문에 내걸린 금줄만 보고 아들인지 딸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금줄에 빨간 고추와 숯이 걸리면 아들이요,
청솔가지와 숯이 끼워져 있으면 딸이다. 얼마나 멋진 사인인가.
그런데 금줄은 왜 왼쪽으로 꼬고, 왜 대문에 걸었을까.
금줄은 그야말로 세속적인 때가 타지 않은 깨끗하고 부정이 없는
신성한 줄이라 할수 있다.
단순한 새끼줄이 신성이 깃든 금줄이 되려면 무언가 달라야 한다.
정상적인 새끼는 모두 오른쪽으로 꼰다. 하지만 금줄은 왼쪽으로 꼰다.
이는 오른손이 俗을, 왼손이 聖을 뜻하기 때문이다.
오른손은 늘 쓰는 손이기 때문에 때가 묻은 세속적 손이다.
반면 왼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않는 비일상적 손이기 때문에
성스러운 손이라 여겼다. 따라서 왼새끼는 특별한 의례용,
신성한 용도의 의미를 갖게 됐다.
원래 사람의 道는 오른쪽을 높게 여기고, 신의 도는 왼쪽을 높게 여겼다.
왼쪽은 신이 다니는 길이고, 오른쪽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기 때문이다.
세속적 인간의 세속적 공간에서는 정상적인 오른쪽 새끼가 필요하지만,
부정이 없고 깨끗한 성스러운 신들의 공간에는 왼새끼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부정과 잡귀 등의 침입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금줄은 사악함을 쫓는 벽사의 상징이요, 성역의 표시요,
성과 속의 경계선이다.
産家의 금줄은 한마디로 탄생의 상징이요, 표시다.
한편 부정과 외인의 출입을 막는 파수꾼이기도 하다.
대문은 성과 속의 경계선이다. 성스러움과 부정이 넘나드는 대문!
대문 안은 성스러운 곳이요, 대문 밖은 세속적이며 부정한 곳이다.
그래서 신성한 곳과 세속의 경계선인 대문에 금줄을 친 것이다.
마을 입구에 장승을 세우는 이치와 같다. 동구 밖은 마을의 경계로 부정과
신성함이 넘나드는 곳이다. 성과 속의 경계선인 마을 입구에 무서운 얼굴을
조각한 장승을 세워 부정과 액을 막고자 한 것이다.
갓 출산한 산모와 아기는 면역력이 약해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높다.
그러므로 외인의 출입을 제한해 전염병균이나 잡스러운
병균이 묻어오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태어나면 애아버지는 대문에 금줄을 거는 일부터 했다.
산모와 아기는 닫힌 성역속에서 안전을 보장받았다.
금줄이 내걸리면 잡인들은 출입을 삼갔다.
비록 아기가 보고 싶은 친척이라도 금줄이 걸려 있으면 들어가지 못했다.
금줄이 걷혀야 출입이 자유로워졌다.
금줄은 보통 세이레(21일) 만에 걷었다.
영아의 배꼽이 아무는데 적어도 21일은 걸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또 세이레면 산모와 아기가 면역력과 건강을 회복해 어느 정도 위급한 상황은
벗어날 수 있는 시일이라 여겼다.
더욱이 三과 七이란 숫자는 양의 수로 음을 누르고 잡귀를 막는 길한 숫자다.
21일은 양수인 7일을 세번 반복하는 기간이기 때문에 陽이 더욱 강하다는
상징성을 띤다.
<삼국유사>에서 곰이 동굴에서 기도하며 사람이 된 기간도 삼칠일, 즉 21일이다.
우리 민족은 세이레라는 기간을 금기가 해제되는 기간으로 생각했다.
왜 아들이면 고추를 달고, 딸이면 솔가지를 달까
사내아이를 낳으면 금줄에 고추와 숯을 단다.
하고많은 것중 왜 하필이면 고추일까. 고추가 남성의 성기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고추가 가지고 있는 陽色, 오행의 상징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할 것이다. 고추는 붉은색이다.
붉은색은 방위로 봤을때 남쪽이다. 남쪽은 음양으로 보아 양에 속하는데,
양은 음을 이길 수 있다.
따라서 양의 색인 붉은 고추는 음의 결정체로 이뤄진
귀신과 부정을 물리치고 막을수 있다고 믿었다. 또 남방은 불을 상징한다.
붉을 赤 자를 풀면 큰불(大火)이 된다.
불은 귀신이 무서워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불로 상징하는 붉은색이 귀신을
쫓을수 있다고 여겼다.
동짓날 팥죽을 먹는다든지, 할머니들이 저승길이 밝아진다고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일, 혼례때 청홍색의 실을 초례상에 거는 습속등도
붉은색이 잡귀와 부정을 막을 수 있다는 적색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또 고추는 맵기 때문에 귀신도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아울러 남근은 아이를 생산하는 원초적 힘을 가진다.
이 때문에 남근에는 위대한 힘과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남근과 유사한 고추를 걸면 잡귀와 부정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딸을 낳으면 청솔가지와 숯을 매단다. 솔잎은 청색이며,
청색은 방위로 볼때 동에 해당한다. 음양오행설에 의하면 나무(木)는
오행의 木性에 해당하며, 목은 방위 개념으로 볼때 동방을 뜻한다.
동방은 해가 뜨는 곳으로 소생, 신생, 창조를 상징한다.
동쪽은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적색과 같이 양의 기운을 가져
음을 억누를 수가 있다고 믿었다.
이처럼 소나무는 그 잎이 뾰족하며 청색이고, 청색은 동방을 나타내며
양의 색으로 음을 구축할 수 있으며, 生生力을 상징해 주술력이 있다고 믿었다.
한편 딸을 낳았을 때 솔가지를 거는 데는 커서 바느질을 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솔잎은 바늘과 비슷하기 때문에 바느질을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
반면 아들이건 딸이건 관계없이 금줄에 숯을 단다. 숯은 어떠한가.
숯은 땅속에 오래 두어도 썩지 않아 거의 영원불멸의 속성을 지닌다.
뭐니 뭐니 해도 귀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불이다.
숯은 곧 불로 상징되기 때문에 사악한 귀신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고 믿었다.
금줄은 산가뿐만 아니라 마을 공동 제사인 동제를 지낼 때에도 친다.
또 장독이나 술독에도 둘러 맛이 변하는 것을 막았다.
이같이 성과 속, 안과 밖을 구분하는 금줄 문화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의 소산으로 산모와 아기,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역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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