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廊房(사랑방)

邵康節(소강절) 이야기 2.

華谷.千里香 2012. 6. 19. 20:28

 

 

 

 

關梅占(관매점)

하루는 소강절이 우물옆에  담밑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매화나무 가지에서 참새가 한 마리 까닭없이 뚝 떨어져 죽었다.

강절은 그의 특기인 관매점으로 이 해괴한 사건을 점쳐 보았다.

 

소강절은 점친 결과를 혼자만 알고 있으면서

집안 사람들에게 이렇게 주의를 주었다.

오늘 저 매화나무에 이웃 사람이

혹 매화열매를 따 먹기 위해 올라 갈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절대로 소리를 치거나 놀래 주지 말아라! 

다들 들었지.

그런데 그때 마침 심부름하러 밖에 나갔던 하녀 하나가

그의 이 같은 주의 말을 듣지 못했었다.

점심때가 되었는지, 이웃 집 여자 하나가

그 매화나무 위로 매실 한알을 따먹기 위해 주인 모르게 얼른 기어 올라갔다.

 

누구냐 매실 따먹는 자가?

 소리를 친것은 주의를 듣지 못했던 하녀였다.

 

여자는 깜짝 놀라 얼른 나무에서 내린다는 것이

그만 잘못해서 땅바닥에 쓰러지며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어쩌면 임신중이라 시큼시큼한 것이 먹고 싶었었는지도 모른다.

방귀 뀐 사람이 성을 낸다고

여자는 자기 무안에 취해서 악담을 마구 늘어놓았다.

 

그런 사람일수록 남에게 바라는 것이 많기 마련이고,

따라서 툭하면 원망이나 욕설이나 악담을 늘어놓는 것이 보통이다.

 

소리를 친것은 하녀였지만

결국 악담은 주인집에 와 떨어지게 되었다.

그까짓 매실 하나가 그렇게도 대단하냐?

사람을 놀라게 해서 이렇게 다리를 다치게 했으니

네놈의 집구석이 어디 잘 되나 보아라.

아마 이런 식으로 될 말 안될 말 마구 지껄였을 것이다.

 

아차 싶었던 소강절은 다시 점을 쳐 보았다 점을 친 결과

그녀의 악담이 그의 집 십일 대(代)손자에게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은 그것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것으로

점 이상으로 내다보는 무엇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다음 이야기가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강절은 고심 끝에 한 방법을 강구했다.

조그만 궤를 만들고. 그 속에 밀봉한 글을 넣은 다음,

자물쇠를 굳게 채워두고 그 위에다

유언과 비슷한 주의사항을 써 붙이고
 
또 말로도 집안 사람들에게 이를 전했다.

 

이 궤는 내 열한대 손자가 애매한 일로

위험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을 때,

달리 아무런 방법도 쓸수 없거든 그때 열어 보아라!

이런 내용의 것이었다.

 

십 일대라면, 약 삼백년으로 볼 수 있다.

삼백 년 뒤 일을 거울속 보듯 들여다보고 있었으니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소강절이야말로 위대한 예언자가 아닐 수 없다.

 

소강절이 죽은 뒤

자손들이 유언대로 잘 지켜 내려갔을 것은 뻔한 일이다.

마침내 문제의 십일대 손자가 자신은 기억조차 없는

살인 혐의를 입어 옥에 갇히게 되었다.

어떤 놈이 교묘한 수법으로 돈도 배경도 없는

소강절의 십일대 손자를 피의자가 되게끔 살인한 모양이었다.

 

진범이 나타나지도 않고

자신이 진범이 아니라는 반증도 없으므로

필경 그는 사형을 선고 받고 말 처지였다.

 

당황한 가족들은 그제야

십일대 할아버지가 남겨 준 궤짝을 뜯어 속을 보았다.

궤짝 속에는 그 고을 원님에게 보내는

소강절의 친필 편지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가족들은 그 편지를 꺼내 들고

허겁지겁 관가로 달려가 편지를 원님에게 전했다.

원님은 그제야 그 살인 피의자가

소강절의 직계 손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명한 소강절 선생이 삼백년 전에

미리 자기에게 보내기 위해 써 둔

친서를 급히 뜯어 보았다.  편지 사연인즉 간단했다.

내 손자는 진범이 아니니 이를 처벌 해서는 안되오.

 


그보다도 사또가 지금 앉아 있는 집이 곧 무너지게 되었으니

이 편지 보는 즉시 빨리 이곳을 피해 밖으로 나가시도록 하시오.

 

이 원님도 소강절에 대한 믿음만은 대단했던 모양으로

거의 편지를 내동댕이치다시피하며

밖으로 허둥지둥 달려나왔다.

 
그가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게 집이 우지끈 소리를 내더니

아차하는 순간 와르르 기왓장이 쏟아져 내리며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그 큰 집이 먼지를 일으키며 내려앉고 마는 것이었다.

 

이쯤 되고 보니 원님으로서는

소강절을 생명의 은인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설사 이런 기적같은 일이 없더라도

소강절의 그 같은 친필 유서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재고의 여지가 없을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이같은 가슴이 서늘해 오는 뜨거운 변을 당했으니

사형 선고가 어찌 취소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소강절이

이같은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재주를 갖게 된데는

또 다음과 같은 한 토막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여름이었다.

그가 즐겨 베는 질그릇 베개에 팔꿈치를 올려 놓고

비스듬이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대청 귀퉁이로 쥐란 놈이 한 마리 쑥 나타나더니

마치 자기를 놀리듯 눈을 말똥거리며 

발로 장난을 치는 것이었다.

 

소강절은 퍽이나 무료하던 참이었는지

점잖은 처지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있던 질그릇 베개를

집어 쥐를 향해 던졌다.

쥐는 구멍으로 들어가 버리고 베개만

두 조각 세 조각으로 갈라지고 말았다.

 

무심결에 한 일이기는 하지만,

소강절도 자기가 한 일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허허 웃고 말았다.

쥐를 잡으려고 해도 그릇을 깰 까봐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자기는 직접 그릇을 들고 쥐를 쳤으니 남이 알까 두려운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 어처구니 없는 자신의 행동 이상으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깨진 질그릇 속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글이 씌여져 있는 것이다.

 

<아무 해,아무 달, 아무 날, 이 베개가 쥐를 보고 깨어진다>

속에 씌여진 해와 달과 날이

바로 그가 쥐를 보고 집어던진 그날과 일치하지 않겠는가?

 

(이상한 일도 다 있구나)

강절은 무엇에 홀린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누가 이 그릇을 만들었으며

누가 이 글을 써 두었단 말인가?)

강절은 이 놀라운 사실을 끝까지 규명하고야 말 결심을 정했다.

 

그는 이때는 아직 나이 젊었을 때였다.

먼저 그 베개를 만든 질그릇 공장을 찾아냈다.

굴로 찾아간 강절은 주인을 불러 캐물었다


「이 베개가 당신들 굴에서 구워낸 베개요?」

주인은 깨진 조각을 맞춰 보며

「우리 집에서 만든 것이 틀림 없습니다만……」

 

「이 속에 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소?」

「글쎄요. 그렇잖아도 저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글 쓴 것을 보았습니다만

저희들이 써 넣은 것은 아니옵니다.」

 

「혹 누가 써 넣었을 만한 사람이라도 기억에 없소?」

「글쎄요……」

주인은 눈을 껌벅거리며 한참이나 무얼 생각 하더니

「혹시 그 양반이……」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양반이 누구요?」다그쳐 묻는 말에

주인은「요 등 넘어 외딴 집에 사는 이선생(李先生)이라고 한분 계셨습니다.

지금은 이미 세상을 뜬지 여러해 됩니다만……

 

이 베개를 구워 만들때

우리 공장에 두어 차례 오셔서 구경을 하고 간 일이 있었지요.

들리는 소문에는 그 선생님은 앉아서 백리 밖을 보고,

누워서 천년 뒤의 일을 이야기한다고들 하니까

그 선생님이 아니고는 이런 걸……」

 

강절은 이선생이란 분이 살고 있었다는 집을 찾았다

다 찌그러져가는 오두막집에는 그 아들이 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아들은 무식한 편이었다.

 

강절이 인사를  청하고 찾아온 까닭을 말하자,

그제야 아들은 반기면서

「바로 젊은이가 그분이었구료.

 
그렇잖아도 오실 줄 알았습니다.」

「네엣?」강절은 또 한번 어안이 벙벙했다.

「선친께서 돌아가시기 전 유언하시기를

금년 여름쯤 누가 이상한 일로 찾아오게 될 테니,

그분에게 내가 보던 책과 연구하던 책들을 다 넘겨주어라 하셨기에 말이오.」

이리하여 소강절은

이 이선생이란 분이 남겨준 책과 연구 재료로써

그 방면의 학문을 대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出處:中國諧謔小說大系 第八卷 李周洪 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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