寶物倉庫(보물창고)

日月五峰圖(일월오봉도)

華谷.千里香 2015. 5. 25. 11:02

 

 

 

 

                  

                                                          日月五峰圖(일월오봉도)

 

창경궁 명정전 어좌입니다.

등받이가 보이고 그 뒤에는 日月五峰圖(일월오봉도) 가

보이며 日月五嶽圖(일월오악도)라고도 한다.

임금이 계시는 곳 어디나 설치했던 병풍입니다.

일월오악도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하늘은 푸른색으로 표현하였고,바라보면서

오른쪽에 있는 빨간색 원이 해를 표현한 것이며,

왼쪽에 있는 하얀색 원이 달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바라보면서 오른쪽 또는 왼쪽이라고 표현한 것은

원래는 그 반대로 표현해야 맞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서양은 남에서 북으로 바라보면서 동쪽을 우측이라고 하지만

동양은 북에서 남으로 바라 보면서 동쪽을 좌측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君主는 南面이라 해서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면서 앉아야 한다는

사상이 있기 때문인데,북에서 남으로 바라보면(즉,임금의 시각에서 보면)

좌측이 동쪽이 되고 우측이 서쪽이 됩니다.

그런데 음양 오행설에 의하면 동쪽은 해가 뜨는 장소이므로 陽이 되고,

서쪽은 해가 지는 곳이므로 陰이 됩니다.

해와 달을 보면 해는 陽이 되고 달은 陰이 됩니다.

따라서 임금(북쪽)의 입장에서 (남쪽을)보면

좌측(동쪽)에 있는 것(빨간색 원)이 해(陽)가 되고,

우측(서쪽)에 있는 것이 달(陰)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임금이 앉아 있는 실제의 방위가 북쪽이냐 아니냐는 관계가 없습니다.

임금이 어느 방위에 앉아 있든 상관없이 임금이 바라보는 방향이

남쪽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창경궁 명정전은 실제로는 동향을 하고 있습니다.

즉,임금이 어좌에 앉게 되면 실제 방위로는 서쪽에서 동쪽을 바라보게 되지만,

실제 방위와 상관없이 군주남면 사상에 의하여 임금이 바라보는 방향을

남쪽이라고 생각하고 임금의 왼쪽이 동쪽이 되고,

오른쪽이 서쪽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리하여 일월 오봉도에서 임금을 기준으로 좌측에 해를 그리고

오른쪽에 달을 그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동양에서 좌측 또는 우측이라고 말할때는

'임금을 기준으로'라는 말을 생략하고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와같은 관념은 나아가 사찰이나 서원,민간주택등 모든 건축물에 적용되어

건축물의 주인이 남쪽을 바라본다는 것을 기준으로

다른 시설물을 배치하게 됩니다.

 

동양과 서양의 방위기준이 동양은 북쪽을 기준으로 서양은 남쪽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좌측이 동양에서는 동쪽이 되지만, 서양에서는 서쪽이 됩니다.

 

동양에서는 방위에 대해서도 높고 낮음이 있습니다.

앞서 군주는 남면이라 했습니다.

군주(임금)는 북쪽에 앉아서 남쪽을 면하고(바라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임금의 시각에서 좌측(동쪽)은 양이라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문신과 무신을 음양으로 구분하면 문신은 양으로

무신은 음으로 구분하였습니다.

文을 武보다 더 중요하게 보았던 것입니다.

따라서 임금의 입장에서 좌측(동쪽)에 陽에 해당하는

문신이 서게 되고,陰에 해당하는 무신이 우측(서쪽)에 도열하게 됩니다.

그리고 임금에게 무언가를 아뢰는 신하들은 남쪽에서 북쪽을 향해

임금을 바라보면서 꿇어앉게 됩니다.

즉,방위에 있어서도

임금이 앉아계시는 북쪽이 가장 높고,

그 다음이 문신이 있는 동쪽,무신이 있는 서쪽 순으로 높낮이가

정해지며 남쪽이 가장 위계가 낮습니다.

위와 같은 방위개념은 우리 생활 전반에 퍼져 있습니다.

동쪽에 해당하는 좌측이 우측보다는 더 높으므로

같은 정승반열이라 하더라도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더 높다는 얘기입니다.

 

이제 동양의 방위개념에 따라 위의 일월오봉도에 있는

해와 달을 보면 당연히 좌측에 있는 것(빨간색 원)이

해가 되고, 우측에 있는 것이 달이 됩니다.

푸른색 하늘은 우주공간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주에 떠있는 많은 별들 중에 낮에는 해가,

밤에는 달이 가장 크고 밝게 빛나고 있으므로

별을 대표하여 해와 달을 표현하였습니다.

해와 달은 천체를 대표함과 아울러 각각 陽과 陰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陰陽說은 우주만물의 생성원리를 말하는 것으로

우주만물은 모두 음과 양의 조화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말합니다.

陽은 활발한 기운을 말하고,陰은 조용한 기운을 말합니다.

즉,남자(陽)만 존재할수 없고 반드시 여자(陰)와 같이 존재해야 함을 말합니다.

확대하면 모든 생명체는 암컷과 수컷이 같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무생물도 마찬가지로 해(陽)가 있으면 달(陰)이 있어야 하고,

낮(陽)이 있으면 밤(陰)이 있어야 하고...

하늘(陽)이 있으면 땅(陰)이 있어야 하고....

음양설에 의하면 우주만물은 이렇듯 음과 양의 조화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봅니다.

 

해는 陽을 대표하고 있다해서 太陽,

달은 陰을 대표하고 있다해서 太陰이라고 합니다.

해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을 태양력이라고 하고

달의 움직임을 기준으로 만든 달력을 태음력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는 太를 생략하고 그냥 양력,음력이라고 칭합니다.

 

그 아래 다섯 봉오리의 산은 五嶽(오악)을 나타냅니다.

오악이란 북,동,남,서쪽과 중앙의 五方에 있는

다섯 큰 산을 말하는 것으로 각각의 산의 이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五嶽은 五方에 있는 가장 성스러운 산을 말함으로써,

이는 결국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색깔도 땅의 색인 황색 바탕위에 녹음을 표현하였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오악을 신성시하고 숭배했습니다.

오악을 숭배했다는 것은 오악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여기는 山神을 숭배했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명절에 부모님 산소에 성묘를 가면

제사를 지내기 전에 먼저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소는 죽은 사람의 집입니다.死者의 안식처입니다.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기 전에

돌아가신 조상님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하고

보호해 주신 山神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식입니다.

山은 결국 땅(地)입니다. 따라서 오악을 신성시하고 숭배했다는 것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말과 같습니다.

 

이렇게 하여 푸른하늘과 해와 달로써 우주공간과

그 속에 담겨있는 陽의 기운과 陰의 기운을 나타내고

오악으로써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땅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리고 병풍 아래 파도치는 물결 무늬를 볼 수 있는데,

파도는 한자로 潮(조)라 쓰고, 이는 朝廷(조정)의 朝와 음이 같아서

임금과 대소신료들이 모이는 조정을 파도로 표현한 것입니다.

파도의 색깔은 검은 색으로 표현하였는데,

햇빛이 미치지 못하는 깊은 물 속은 검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또,오악의 계곡으로 부터 파도 위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볼 수 있는데,

계곡을 흐르는 모든 물은 결국 바다로 모이는 것처럼,

백성은 물로 임금은 바다로 표현하여

백성들이 성군이 계시는 조정으로 몰려드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오악은 땅을 의미한다고 했으므로 결국 이 땅에 살고있는 백성들이

성군을 우러르고 칭송하며 몰려드는 모습,즉 태평성대를 표현한 것입니다.

 

병풍 좌우에 그린 소나무는 예로부터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물로 널리 그려졌습니다.

소나무는 겨울 바람 속에서도 푸르름을 잃지 않고 그 자태를 유지하는

나무로 모진풍파에도 굴하지 않는 선비의 절개를 표현함과 아울러

그 질긴 생명력에서 장수를 의미하는 그림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소나무는 赤松(적송)을 최고로 여겼고,

궁궐.관아등의 건축에 적송을 사용하였습니다.

병풍의 소나무는 적송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병풍은 靑,赤,黃,白,黑 다섯가지

색으로 표현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전통적인 五方色을 말하는 것으로

오방색은 우주공간을 덮고 있는 기본색을 말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주공간을 방위개념으로 표현할 때는 東西南北中이라고 하면 됩니다.

동서남북중은 결국 모든 방위를 포함하므로써

우주공간을 나타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서남북이라고 十字 형태로 말하는 것은 서양식 표현이고,

동양에서는 동남서북이라고 圓形(원형) 형태로 표현해야 합니다.

그러면 중앙은 어디에 둘까요? 글자 그대로 중앙에 두면 됩니다.

즉,동남중서북의 순서로 말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와같은 관념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우주만물의 탄생과 죽음을 깊이 사유한데서 그 연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탄생과 죽음을 좀 더 확장하면

우주만물은 탄생,성장,결실,죽음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각각의 단계를 한자로 표현해 보면

탄생이라는 의미는 초목이 싹을 트는 형상을 표현했다는

상형문자 木으로 표현합니다.

즉 木이라는 글자로 우주만물의 탄생을 의미하자고 약속했다는 얘기입니다.

성장이라는 의미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에서 찾았습니다.

즉,火라는 글자로 성장을 의미합니다.

결실이라는 의미는 金에서 찾았는데, 金은 땅속에서 수천년간의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진 결실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그렇다면 죽음은?

죽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을 준비하기 위한 단계입니다.

생명체(유기물)가 죽으면 무기물로 변하고,

무기물은 또다시 유기물이 되는 과정을 반복하는게 우주 만물의 이치입니다.

죽음이라는 현상을 끝으로 보는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탄생)을 위한 준비라고 보는 데서

동양 사상은 순환하는 고리를 완성하게 됩니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생명의 씨앗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생명의 씨앗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때그때 조건에 따라서 다른 모든 사물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으로 생명의 씨앗을

상징할수 있게 되었고, 이는 더 나아가 죽음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다입니다. 바다는 깊이를 알 수 없습니다. 넓이도 알 수 없습니다.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큰 그릇 속에는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그런데 바다는 겉으로 보기에 물입니다.

즉,물은 모든 생명의 씨앗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탄생-성장-결실-죽음(탄생준비)라는

우주 만물의 순환 과정을 글자로 표현하면서

탄생 준비 단계를 물을 의미하는 水라는 글자로 상징한다는 말입니다.

 

그리하여 木-火-金-水라는 네 글자로 우주만물의 순환과정을 표현하게 되는데,

이것만으로는 왠지 공허하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순환과정은 허공에서 이루어지는게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에서 이루어집니다.

바다도 결국은 땅위에 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순환과정이 이루어지는 토대를 설정하게 되는데

땅을 의미하는 土라는 글자로 설정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土는 목-화-금-수 과정 중 어디에 넣어야 할까요?

목-화-금-수를 다시 처음의 탄생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로 줄여보면 목-화는 탄생과 연결되고,

금-수는 죽음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토는 탄생과 죽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토대이지 그 어느 하나와 온전히 연결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土는 탄생과 죽음에 절반씩 관계 되도록

목-화-금-수의 중앙에 넣어서 목-화-토-금-수라고 표현합니다.

이렇게 하여 우주만물의 순환과정을 木-火-土-金-水로 표현하게 됩니다.

 

우주의 공간적 개념을 東-南-中-西-北의 五方으로 표현하고

우주의 순환적 개념을 木-火-土-金-水의 五行으로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색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기본색은 우주의 순환적 개념을 색깔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소나무의 푸르름을 獨也靑靑이라고 표현하듯이

나무(木)의 색깔을 靑色이라고 했습니다.

火는 당연히 赤色이고,土는 黃色입니다.

金 즉 철은 白色입니다.

그렇다면 물은 어떤 색깔일까요? 깊은 바다나 연못 속에는

햇빛이 미치지 못합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색깔로 표현하면 검은 색이 됩니다.黑色입니다.

이렇게 하여 목-화-토-금-수의 순환과정을 색깔로 표현하면

靑-赤-黃-白-黑의 다섯가지 색이 되며

이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색이 됩니다.

또한 기본색을 순서에 따라 방위에 대치시키면

東-靑,南-赤,中-黃,西-白,北-黑이 되고 이를 五方色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이른 바,좌청룡,우백호,남주작,북현무및 중앙의 황룡이 나오게 됩니다.

 

위의 일월오봉도를 보면 오방색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방색은 우주의 순환과정을 색으로 표현한 것이라 했습니다.

따라서 일월오봉도는 색깔로서 우주의 움직임을 표현하고 있다 할 것입니다. 

 

결국,일월오봉도는

사상적으로는 해와 달,오방색으로 음양오행의 우주 원리를 표현하고 있으며

공간적으로는 우리가 살고있는 우주 공간과 땅을 표현하고,

시간적으로는 모든 백성들이 우러르며 칭송할 수 있는

성군이 나타나 태평성대가 영원히 지속되길 희망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가 과거를 공부하는 이유는 과거의 삶을 통해서

현실의 삶을 배우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궁궐을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궐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줄여서 궁궐이란 무엇일까요?

 

일월오봉도에 담겨있는 여러 의미를 공부하면서 새삼 깨달은 것은

그 속에 조선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와 통치이념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궁궐은 그 시대가 추구하고자 했던 가치를 공간적으로 구현한 것이고,

일월오봉도가 그 공간의 중심에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을 소우주로 파악했던 조선의 유학자들은

우주의 원리에 순응하며 살기를 원했고,  

임금은 선정을 베풀어 이 땅에 사는 백성들이 우러르고

칭송하며 영원히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신하들은 임금을 잘 보필하여 성군이 될수 있도록 힘써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백성들 또한 성군이 나타나 태평성대가 지속되길 기원하는

마음을 일월오봉도는 표현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주의 원리에 순응하며 태평성대를 구가하고자 했던,

조선이 추구했던 최고의 가치를 일월오봉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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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五嶽(오악)

東嶽(金剛山)

南嶽(智異山)

西嶽(妙香山)

北嶽(白頭山)

中嶽(三角山)으로 설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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