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今笑叢(고금소총)

炭女發汗[탄녀발한]

華谷.千里香 2014. 3. 5. 15:49

 

 

 

    

 

炭女發汗[탄녀발한]

숫처녀가 땀을 내주다. 炭女[탄녀]:숫처녀의 이두식 표현

 

古有一鄕族士人[고유일향족사인]

옛날에 한 시골 집안의 선비가 있었는데

 

爲人庸暗而家稍饒[위인용암이가초요] 庸[용]:어리석을 용, 稍[초]:적을 초

사람 됨됨이는 어리석고 사리에 어두웠으나 집안은 조금 넉넉하였다.

 

其父生員頗好色[기부생원파호색]

그 아버지인 생원은 자못 색을 좋아하였다.

 

生員室內有一童婢而 年十七[생원실내유일동비이 년십칠]

 생원의 집안에는 한 여종 아이가 있었는데, 나이는 열일곱이었으며

 

自幼生長於室內 未嘗出外[자유생장어실내 미상출외]

어려서부터 집안에서만 생장하고 일찍이 밖에 나간 적이 없어서

 

無異閨女  面貌絶美[무이규녀 면모절미]

규규중의 처녀와 다름이 없었으며, 얼굴과 모양이 뛰어나게 아름다운지라

 

生員欲狎之 暫不移室內左右[생원욕압지 잠불이실내좌우]

생원이 그녀를 친압하고자 했으나,

그녀는 잠시도 집안의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心生一計 一日對隣里切親醫朴姓人 說此事

[심생일계 일일대린리절친의박성인 설차사]

생원이 마음에 한 꾀를 내어 하루는

이웃 동네의 절친한 의원인 박씨에게 이 일을 말하길

 

託以吾當佯病[탁이오당양병]

내가 마땅히 거짓 병으로 핑계하겠으니,

 

君必如此如此爲言則[군필여차여차위언즉]

자네는 반드시 이러이러하게 말을 하면  

 

當有好個道理 醫人許諾[당유호개도리  의인허락]

마땅히 좋은 방도가 있을 걸세 하니, 의원이 그러겠다고 허락하자

 

數日後生員自夜  忽作大痛之狀[수일후생원자야  홀작대통지상]

며칠 뒤 생원이 밤중부터 별안간 크게 아픈 형상을 지으니

 

早朝家人告于士人曰[조조가인고우사인왈]

이른 아침에 집안 하인이 선비에게 와서 말하기를

 

老爺病患猝重[노야병환졸중]

늙으신네께서 병환이 갑자기 중하십니다.하는지라

 

士人驚憂 卽問候則 生員曰[사인경우 즉문후즉 생원왈]

선비가 놀라고 근심스러워서 곧 문후를 드리니 생원이 말하기를

 

渾身俱痛 寒氣最苦 云而[혼신구통 한기최고  운이]

온몸이 다 아프고 한기가 가장 괴롭다.라고 하면서

 

呻吟之聲 不絶於口 昏迷若危[신음지성 불절어구 혼미약위]

신음소리가 입에서 끊이지 않고, 정신이 혼미함이 위태로운 것 같아

 

士人大憂 卽請朴醫診脈[사인대우 즉청박의언맥]

선비가 크게 근심하여, 곧 박의원을 청하여 진맥케 하였지요.

 

朴醫診察而出外[박의진찰이출외]

박의원이 진찰하고서 밖으로 나가는지라

 

士人隨出問之則 醫人曰[사인수출문지즉 의인왈]

선비가 따라 나가서 그에게 병세를 물었더니, 의원이 말하기를

 

數日前來拜時 未見有不安之節[수일전래배시 미견유불안지절]

며칠 전에 와서 인사를 드릴 때는 편찮으신 기색이 있음을 보지 못했는데

 

何期患候之猝重如此[하기우후지졸중여하].

어찌 환후의 갑작스럽게 위중함이 이와 같을 줄 미리 알았겠소.

 

老人之脈度如彼 愚見實無可用之藥[노인지맥도여파 우견실무가용지약].

노인의 맥도가 저와 같으니, 내 생각으로는 실로 쓸 수 있는 약이 없소.

 

更求名醫而 議進當劑 似好矣[갱구명의이 의진당제 사호의].

다시 이름난 의원을 구하여,

의논하여 마땅한 약을 지어 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하니

 

 士人十分驚惶[사인십분경황]

선비가 매우 놀라고 당황하여,

 

執手懇請曰[집수간청왈]

의원의 손을 잡고 간청하여 말하기를

 

他醫不勝於君 且君熟知家親氣品與脈度則

[타의불승어군 차군숙지가친기품여맥도즉]

다른 의원은 그대보다 낫지 못하며

또 그대는 가친의 기품과 맥도를 익히 잘 아시는 즉

 

何不深思良方而 遽然退出乎[하불심사량방이 거연퇴출호] ?

어찌 좋은 처방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급히 물러나가시려 하오?하니

 

醫人深思半餉 乃曰[의인심사반향 내왈]

의원이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하다, 이내 말하기를

 

百藥無可合 只有一方而[백약무가합 지유일방의]

백 가지 약이 모두 합당하지 않고,다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나

 

此則得用困難 若誤用則 有害故 此爲可悶矣

[차즉득용곤란 약오용즉 유해고 차위가민의].

이는 사용하기가 곤란하며, 만약 그릇 사용하면 해가 있으므로,

이는 가히 걱정이 되오." 하는지라.

 

士人曰[사인왈]

선비가 말하기를

 

雖極難 吾當盡力得用 第言之[수극난 오당진력득용 제언지].

第[제]: 상관없이, 오로지,

비록 극히 어려워도 내가 마땅히 힘을 다하여 얻어 사용할 것이니,

오로지 그것을 말하시오.하니

 

醫人曰[의인왈]

의원이 말하기를

 

病患專因寒氣結於胸腹[병환전인한기결어흉복]

부친의 병환은 오로지 한기가 가슴과 배에 결집됨으로 인한 것이니

 

若得十六七歲未經人炭女 溫房中[약득십칠세미경인탄녀 온방중] 

만약 열 여닐곱 살로 남자를 겪지 않은 숫처녀를 얻어 따뜻한 방안에서

 

以屛防風 接胸抱臥發汗則卽快[이병방풍 접흉포와발한즉즉쾌]

병풍으로 바람을 막고 가슴을 대고 껴안아 누워 땀을 내게 한 즉,

 곧 병한이 나을 것이요 !

 

外無他藥而[외무타약이]

그 외에는 다른 약이 없으며

 

第念十六七歲女子常賤則[제념십육칠세여자상천즉]

다만 생각컨 열 여닐곱 살 여자로서 상놈의 천한 딸은

 

經人否未能詳知[경인부미능상지]

사람을 겪었는지의 여부를 자세히 알 수가 없으며

 

閭閻女子 雖一時藥用[여염여자 수일시약용]

여염 집의 딸은 비록 한 때의 약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도

 

誰肯納之 此所謂極難也[수긍납지 차소위극난야]"

누가 즐겨 그 딸을 들이겠소.이는 이른바 지극히 어렵습니다.하니

 

此時士人母 適在窓下 聞醫言[차시사인모  적재창하 문으언]

이때 선비의 어머니가 마침 창문 아래에 있다가 의원의 말을 듣고서는

 

急召士人謂之曰[급초사인위지왈]

급히 선비를 불러 그에게 일러 말하기를

 

我聞醫言 此藥不難矣[아문의언 차약불난의]

내가 의원의 말을 들었는데 이 약은 얻기가 어렵지 않느니라.하니 

 

士人曰 何以得之[사인왈 하이득지]

선비가 말하기를 "어떻게 하면 그것을 얻을 수 있습니까?" 함에

 

母曰[모왈]

어머니가 말하기를

 

某婢自幼養育吾之衾內 至今未出門外

[모비자유양육오지금내 지금미출문외]

아무개 여종이 어려서부터 나의 이불 안에서 길러서

이제까지 문 밖을 나가지 않아

 

此則無異於兩班處女 年今十七 若求炭女

[차즉무이어양반처녀 년금십칠 약구탄녀]

이는 양반집 처녀에 다름이 없으며,

나이가 이제 열일곱이니, 만약 숫처녀를 구한다면

 

此婢無慮一時藥用 豈不好耶[차비무려일시약용 기불호야]

이 여종이 한때의 약으로 쓰는 데도 아무 염려할 것이 없으니,

어찌 좋지 않겠느냐." 하네요 ! 

 

士人大喜曰[사인대희왈]

선비가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果如敎意[과여교의]

 과연 가르치시는 뜻과 같이 하겠습니다.하고

 

卽以醫人之言 其母之意 告于其父[즉이의인지언 기모지의 고어기부]

곧 의원의 말과 그 어머니의 뜻을 그 아버지에게 고하니

 

生員曰[생원왈]

생원이 말하기를

 

世上豈有如許藥物乎[세상기유여허약물호]?

세상에 어찌 그 따위 약물이 있단 말이냐?

 

然而朴君之言如此 第爲試之 何妨耶[연이박군지언여차 제위시지 하방야]

그러나 박군의 말이 이와 같다면,

다만 시험해 보는 것을 어찌 거리끼겠느냐.하는지라

 

其夜以屛風防于溫房 以其童婢解衣裳 入于衾內

[기야이병풍방우온방 이기동비해의상 입우금내]

그 밤에 병풍으로 따듯한 방을 막고

그 어린 종을 옷과 치마를 벗겨 이불 속으로 들게 하고는

 

士人出門外 其母亦立窓外 欲察其發汗[사인출문외 기모역립창외 욕찰기발한]

선비가 문 밖으로 나오니 그 어머니가 또한 창 밖에 서서

그 땀내는 것을 살피고자 하는데

 

俄而生員與其婢 雲雨極淫[아이생원여기비 운우극음]  

조금 있다가 생원이 그 여종과 더불어 교정이 극히 음란하거늘

 

其母喞喞回入內曰[기모즉즉향입내왈]

그 어머니가 중얼 중얼대며 내실로 들어가며 말하기를

 

此是接胸發汗之藥耶[차시접흉발한지약야]?

이것이 가슴을 대고 땀을 내는 약이란 말이냐?

 

如是發汗 何不與我發汗[여시발한 하불여아발한]?

이와 같이 땀을 낸다면, 어찌 나와 더불어 땀을 내지 않는고 ?하는지라 

 

士人隨後睨視止之曰[사인수후예시지지왈]

선비가 그 어머니 뒤를 따라가며 눈을 흘겨보면서

어머니의 말을 막으며 말하기를

 

母親何出迷劣之言乎[모친하출미열지언호]?      

모친은 어찌 사리에 어긋나는 모자란 말을 하십니까? 

 

 母親炭女耶[모친탄녀야]?

모친이 숫처녀에요?" 하니

 

聞者絶倒[문자절도]

이 말을 들은 사람이 포복절도 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