質言(질언)終

質言(질언)2.

華谷.千里香 2016. 2. 29. 22:22

 

質言(질언)2.

 

51.天下之勢,南北主之,天下之敎,東西司之,水火之遞運,

日月之代明,爲之也。觀此言思之,果如此言。

천하의 형세는 남북이 주관하고 천하의 교화는 동서가 나누어 맡나니,

물과 불이 번갈아 운행하고 해와 달이 교대로 밝아지는 작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이 말을 보고 생각해 보니 과연 이 말대로 이다. -

 

52.集天下之觀,方可以成天下之事,幸生諸子之後,得盡天下之觀。

若西洋儀象,生于萬曆以上,則不可得而見。

천하의 볼거리를 모아야 천하의 일을 이룰 수 있는데,

나는 다행히 여러 선생들의 뒤에 태어나서 천하의 볼거리를 다 보았다.

- 예컨대 서양의 역법은 만력(萬曆) 이전에 태어났다면 볼 수 없었을 것이다. -

 

만력(萬曆) : 명나라 신종(神宗)의 연호로 1573년부터 1620년까지 사용되었다.

 

53.德盛者,其樂崇,質厚者,其氣昌,道大者,其言尊,識深者,其文奧。

덕이 훌륭한 사람은 그 즐거움이 숭고하고, 자질이 순후한 사람은

그 기운이 창성하고, 도가 큰 사람은 그 말이 존엄하고,

식견이 깊은 사람은 그 문장이 심오하다.

 

54.三代以前,士大夫之進退,係乎學,三代以後,士大夫之進退,

係乎時。此豈世儒之所知。

삼대(三代) 이전에는 사대부의 진퇴가 학문에 달려 있었지만,

삼대 이후에는 때에 달려 있다.

- 이것을 속된 선비들이 어찌 알겠는가. -

 

삼대(三代) : 중국 고대 왕조인 하(夏)ㆍ은(殷)ㆍ주(周) 삼대를 말하는데,

정치가 잘 이루어진 이상적인 세상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쓰인다.

 

55.世治而君子之難進者有四,才不可以自售,道不可以苟合,

近而無因則不入,遠而無介則不出。

세상이 다스려졌어도 군자가 벼슬에 나아가기 어려운 점이 네 가지 있다.

재주는 스스로 팔아서는 안 되고, 도는 구차히 영합해서는 안 되며,

가까이 있어도 소개하는 사람이 없으면 조정에 들어가지 않고,

멀리 있어도 소개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벼슬길에 나오지 않는다.

 

56.宦祿係乎命,政事本乎學。

벼슬살이는 명운에 달려 있고 정사는 학문에 근본을 둔다.

 

57.學無當於實用,不如無學,文無裨於世敎,不如無文。

士執恥爲無用,語有裨世敎者。

학문이 실용에 맞지 않으면 그런 학문은 하지 않는 것이 낫고,

문장이 세교(世敎)에 보탬이 없으면 그런 문장은 하지 않는 것이 낫다.

- 사집은 무용(無用)한 사람이 되는 것을 부끄러워하였으니,

이 글은 세교를 돕는 점이 있다. -

士執:성대중(成大中)의 자(字)

 

58.安身立命,莫如讀書窮理。一言而蔽之曰讀書窮理。

몸을 편안히 가지고 심성을 수양해 천명을 지키는 데는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

- 한마디 말로 개괄하면 책을 읽고 이치를 궁구하는 것이다. -

 

59.文章以賁世,或失之夸,言議以扶世,或失之激。

문장으로 세상을 빛내려다가 혹 과장(誇張)에 빠져 잘못되기도 하고,

언론으로 세상을 붙잡으려다가 혹 과격(過激)에 빠져 잘못되기도 한다.

 

60.心性之論,如畫神鬼,文章之論,如畫山水,政事之論,如畫人物。

심성에 대한 논의는 귀신을 그리는 것과 같고,

문장에 대한 논의는 산수를 그리는 것과 같고,

정사에 대한 논의는 인물을 그리는 것과 같다.

 

61.才欲茂,學欲博,力欲勁,氣欲厚,志欲專,工欲熟。

재주는 많기를 바라고, 학문은 넓기를 바라고,

힘은 굳세기를 바라고, 기운은 온후하기를 바라고,

뜻은 전일하기를 바라고, 일은 숙달되기를 바란다.

 

62.無待於外,必裕於內。

밖에서 구하지 말고 반드시 내면의 수양을 넉넉히 하라.

 

63.豐於名者,必薄於利,裕於報者,必嗇於享。

큰 명예를 누리는 사람은 반드시 재리(財利)에는 박복하고,

선행을 하여 후손에게 보은을 남기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은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64.常蓄名山大澤之氣,則氣不慊,常思鳳凰麒麟之食,

則食不苟,常存孤臣孽子之心,則心不肆。

항상 명산(名山)과 대택(大澤)의 기운을 가슴에 쌓아 두면

기가 부족하지 않고, 봉황과 기린의 먹이를 생각하면 먹는 것이

구차스럽지 않으며, 외로운 신하와 서자(庶子)들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마음이 방자해지지 않는다.

 

65.幾以燭理,明以折疑,深以處變,毅以制衆,四者備,方可以應敵。

기미(幾微)로 사리를 밝히고, 총명으로 의심을 해결하며,

깊은 생각으로 변화에 대처하고, 강한 의지로 여러 사람을

제압하는 이 네 가지를 갖추어야 적을 응대할 수 있다.

 

66.世之治也,人各有事,高者盡職,卑者殫力。

잘 다스려진 세상에는 사람마다 일이 있으니,

지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직분을 다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은 자신의 힘을 다한다.

 

67.分憂重者,取樂也蠲,處位高者,念下也懇。

중요한 곳을 맡은 지방관은 깨끗한 즐거움을 취해야 하고,

높은 지위에 처한 사람은 아랫사람을 간절히 염려해야 한다.

 

68.擇步於夷,猶憂其跌。踏厚地,常恐其陷。

평지를 걸어가면서도 자빠질까 걱정해야 한다.

- 두터운 땅을 밟고서도 항상 빠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

 

69.貌心俱茂,器識俱完,出而需世,沛乎有裕。

용모와 마음이 다 훌륭하고 도량과 식견이 두루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나아가 쓰이면 모든 일에 막힘이 없이 여유가 있을 것이다.

 

70.天下有事,待問而言,未嘗先也,天下旣定,先事而退,

未嘗後也,此子房之所以免也。朱子論子房曰,今日說了脫空,明日更無愧色。

천하에 일이 있을 때는 묻기를 기다렸다 말하여 일찍이 먼저 말한 적이 없었고,

천하가 평정된 뒤에는 일이 있기 전에 물러나 일찍이 늦은 적이 없었으니,

이것이 자방(子房 장량(張良))이 화를 면한 이유이다.

- 주자는 자방을 이렇게 논평하였다.

“오늘 실상이 없는 허황한 말을 하고 내일 다시 부끄러운 빛이 없었다.” -

 

71.康節學老而濟以明雋,子瞻學莊而失之浮華。

강절(康節 소옹(邵翁))은 노자(老子)를 배워서 명준(明雋)한 사람이 되었고,

자첨(子瞻 소식(蘇軾))은 장자(莊子)를 배워서 부화(浮華)한 데 빠졌다.

 

72.淸而不刻,和而不蕩,嚴而不殘,寬而不弛。

청렴하되 각박하지 말고, 화합하되 휩쓸리지 말며,

엄격하되 잔혹하지 말고, 너그럽되 해이해지지 말라.

 

73.進不藉人,退不尤人。

벼슬길에 나아갈 때는 남의 도움을 받지 말고,

벼슬길에서 물러날 때는 남을 탓하지 말라.

 

74.不察人之隱,不蔽人之才,不盡人之美,不竭人之忠。

남의 비밀을 살피지 말고, 남의 재주를 가리지 말며,

남이 나에게 극진히 잘하기를 바라지 말고,

남이 나에게 충성을 다하기를 바라지 말라.

 

75.誡之也而不怵,勸之也而不激,虛而無必,直而不有。

경계할 때에는 겁을 주지 말고, 권면할 때에는 과격하게 하지 말라.

마음을 비워서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바로 잡아 주되 내가 옳다는 마음을 갖지 말라.

 

76.名不可久居,才不可常用。庶幾乎。

명예가 있는 자리에는 오래 있어서는 안 되고,

재주는 항상 써서는 안 된다.

- 이렇게 하면 처세의 도리에 가까울 것이다. -

 

77.孝子忠臣,其後必昌,爲其篤於報本也。譬諸草木,未有根滋而枝不茂者也。

효자와 충신은 그 후손이 반드시 번창하나니,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 데 독실하기 때문이다.

초목에 비유하자면 뿌리가 튼튼하면 자연 가지가 무성한 것과 같다.

 

78.驥駑同轅則俱斃,智愚同列則俱僨。

기마(驥馬)와 노마(駑馬)가 함께 수레를 끌면 모두 쓰러져 죽고,

지자(智者)와 우자(愚者)가 같은 지위에 있으면 모두 신세를 망친다.

 

79.千金之士,擢之戎右,則百金者甘爲之介,騏驥與駑駘並轅,則執策者慍。

천금 가치의 용사를 융우(戎右)로 발탁하면 백금 가치의 용사가

기꺼이 그의 부관이 되고, 기마(驥馬)와 노마(駑馬)를 함께

수레에 메우면 채찍을 잡은 자가 화를 낸다.

 

융우(戎右):무기를 들고 융거(戎車)의 오른쪽에 타 군주를 호위하던

주대(周代)의 벼슬 이름이다.

 

80.其人雖善,其人之子不善,無與其人親善。

그 사람이 아무리 착하다 하더라도 그 사람의 자식이 착하지 않으면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지 말라.

 

81.獲罪於天,猶可逭也,獲罪於民,不可救也。

하늘에 지은 죄는 그래도 벗어날 수 있지만,

백성에게 지은 죄는 구제 받을 수 없다.

 

82.大木之拔於風也,以枝葉,巨室之罹於禍也,以支黨。

큰 나무가 바람에 뽑히는 것은 가지와 잎 때문이고,

명문세족이 화에 걸리는 것은 친척 때문이다.

 

83.善惡之報,緩或延世,滿盈之招,捷不移踵。

선악의 응보는 더뎌서 한 세대가 걸리기도 하지만,

극악이 부른 재화(災禍)는 즉시 닥친다.

 

84.材美則伐,牲肥則殺,器盈則溢,焰盛則滅

재목이 아름다우면 베어지고, 희생이 살지면 잡혀 죽고,

그릇이 차면 넘치고, 불꽃이 맹렬하면 꺼진다.

 

85.人聚則利生,物聚則害生,然利專則禍亦萃。老子玄悟。

사람이 모이면 이익이 생겨나고, 물건이 모이면 해가 생겨난다.

그러나 이익을 독차지 하면 화도 집중된다.

- 노자가 이런 이치를 깊이 깨달았다. -

 

86.科擧之累.自損志氣.門閥之弊.自梏材能.朋黨之害.自興仇敵。天下之三大蠹。

과거의 흠은 스스로 지기(志氣)를 손상하는 것이고,

문벌의 폐단은 스스로 재능을 제한하는 것이고,

붕당의 폐해는 스스로 원수를 만드는 것이다.

- 천하의 세 가지 큰 해악이다. -

 

87.門閥之用盛,而孫弟之風絶,黨目之爭酷,而退讓之俗熄。

上犯下暴,災禍並作。二者之弊,皆由於自擅其利。

문벌로 등용되는 일이 많아지자 자손들의 공손한 기풍이 끊어졌고,

당파간의 다툼이 혹심해지자 겸양의 풍속이 사라졌다.

윗사람은 예의를 범하고 아랫사람은 포악해서 천재(天災)와

인화(人禍)가 함께 생겨났다.

- 두 가지의 폐단은 모두 자신이 이익을 독점하려는 데서 유래한다. -

 

88.不爲已甚,則不死人手。

남에게 너무 심한 짓을 하지 않으면 남의 손에 죽지는 않는다.

 

89.驕吝俱凶德,然天道惡驕甚於吝。

교만과 인색은 다 나쁜 점이다. 그러나 하늘은 인색보다 교만을 더 미워한다.

 

90.先衰者,後必先旺,至賤者,終必至貴。

앞서 쇠한 자는 뒤에 반드시 먼저 흥왕하고,

지극히 천한 자는 나중에 반드시 지극히 귀해진다.

 

91.天下無可恃,惟勤謹爲可恃,然恃之則非謹矣,勤反爲災。造道言。

천하에 믿을 만한 것이 없고 오직 부지런함과 삼감을 믿을 만하다.

그러나 자신이 삼간다고 믿으면 벌써 삼가는 것이 아니고,

부지런하다고 믿으면 도리어 재앙이 된다.

- 도에 조예가 깊은 말이다. -

 

92天下有不械而罪者五,高位一也,淸名二也,多財三也,多子四也,彊族五也。

천하에 법에는 걸리지 않지만 죄가 되는 것이 다섯 가지 있으니,

높은 지위, 깨끗한 이름, 많은 재산, 많은 자식, 강성한 가문,

이 다섯 가지이다.

 

93.見敬於人者,必敬人,見侮於人者,必侮人。

남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존경하고,

남에게 모욕을 당하는 사람은 반드시 남을 모욕한다.

 

94.畏法如虎,避權如箭。

호랑이를 두려워하듯 법을 두려워하고, 화살을 피하듯 권세를 피하라.

 

95.陽生於約,陰生於豐。

양(陽)은 검약에서 생기고 음(陰)은 풍요에서 생긴다.

 

96.不負人窮途者,非其學力之深,必其福力之厚。

곤궁에 처한 이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은 학문이 심후(深厚)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복력(福力)이 심후해서이다.

 

97.樹德而勿樹黨,報恩而勿報怨。一世之福星。

덕은 세우고 당은 세우지 말며, 은혜는 갚고 원수는 갚지 말라.

 - 이런 사람은 한 시대의 복성(福星)이다. -

복성(福星):목성(木星)을 가리키는데, 옛사람은 목성을 세성(歲星)이라 하고

복을 주관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이나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98.正誼明道,功利自至,計功謀利,必其氣麤心輕者乎。

의리를 바르게 행하고 도를 밝히는 사람은 공리(功利)가 절로 찾아오지만,

공을 계산하고 이익을 꾀하는 사람은 반드시 그 기질이 거칠고

마음이 가벼운 사람이다.

 

99.劬經典則心莊而體舒,耽外書則心肆而體躁。

경전을 힘써 연구하면 마음이 장중해지고 몸이 펴지지만,

외서(外書)에 탐닉하면 마음이 방자해지고 몸이 조급해 진다.

 

외서(外書):원래는 불교도들이 불교 경전 이외의 책을 일컫던 말이었으나

차츰 뜻이 넓어져 유가 경전 이외의 책을 외서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후자의 뜻이다.


100.周末文弊,招焚坑之禍,宋末文弊,招夷狄之亂,

周猶內堅,故災自內興,宋則內虛,故寇自外凌。晉代淸談,

明末黨論,並亦內虛者也。故夷狄泯之。

주나라 말의 문폐(文弊)는 분서갱유의 화를 불렀고,

송나라 말의 문폐는 이적들의 난을 불렀다.

주나라는 그래도 나라가 견실하였기에 나라 안에서

재난이 일어났지만, 송나라는 나라가 허약하였기에 적들이

밖에서 쳐들어 왔다.

진나라 때의 청담(淸談)과 명나라 말의 당론(黨論)도

모두 나라가 허약한 현상이었다.

그러므로 이적들이 멸망시킨 것이다.

 

 

 

'質言(질언)終' 카테고리의 다른 글

質言(질언)3.  (0) 2016.03.25
質言(질언)1.-成大中(성대중)  (0) 2015.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