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廊房(사랑방)

며느리 못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드리는 제사

華谷.千里香 2016. 3. 15. 22:06

 

 

 

 

며느리 못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께 드리는 제사

당진 지방에서 전해 내려오는 제사 이야기이다.

당진에 젊은 과부가 외아들을 키우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집안이 너무나 가난해서 아들의 나이가 서른을 넘었지만 며느리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러자 어머니는 몇 년을 태산같이 걱정하다가 마침내 병을 얻고 말았다.

"아이고, 내가 젊은 청춘에 너 하나를 보고 살면서

며느리 손에 밥 좀 얻어 먹어 볼까 했다만,

나는 영영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죽게 되었으니 참 억울하기도 하구나."

이렇게 병석에 누워 매일 한숨만 쉬던 어머니는 병세가 깊어져서 결국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들은 며느리를 보지 못하고

죽은 어머니의 한탄이 가슴에 맺혔다.

그래서 고향을 떠난 객지에서 몇 년간 머슴살이를 착실하게 하여

쌀 몇 십 가마를 모았다.

착실한 청년으로 소문이 나자 동네 어른들이 물었다.

"너는 착실하니 처자는 먹여 살릴 것 같구나.

동네에 처녀가 있는데 집이 어려운 처지다.

네가 옷이나마 입혀서 데리고 살 수 있겠느냐?"

"예, 제가 머슴살이 하며 볏섬이나 모아 놓은 게 있으니 데려다 살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가난한 처녀를 아내로 맞아들인 아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저축하여 어지간히 살림을 모았다.

그러나 며느리를 보지 못해 한숨 쉬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에게는 한이 되었다.

매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이 되면 제사를 지내는데,

그는 어머니의 한을 풀어 드리기 위해 매우 특이한 방법으로 제사를 지냈다.

 
어느 해 제삿날 어떤 선비가 지나가다 날이 저물어서 유숙할 요량으로

이 집에 들러 주인의 허락을 청하였다.

"누추하여 선비님 같은 분을 어떻게 모실 수가 있겠습니까마는

불편하시더라도 들어오시지요."

주인은 그 선비를 사랑으로 모셨다.

손님이 사랑에 있으면 주인으로선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

마주앉아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도리지만

아들은,"실례입니다만, 오늘 저녁이 제 어머니 제사입니다."

라며 부산하게 자리를 떴다.

선비는 제사는 한밤중이 넘어야 지내는 것인데

초저녁부터 제사를 지낸다고 자리를 뜨는 것이 이상했다.

'이 집주인이 제사를 어떻게 지내나 좀 보자.

양반인가 상놈인가를 보아야지.'

내심 이렇게 생각한 선비가 가만히 지켜보니

대청의 제삿상 앞에 이부자리를 펴고 베개 둘을 갖다 놓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졌다.

그리고 주인 내외는 등불을 들고 거리를 나갔다가

잠시 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들어왔다.

그러더니 부부는 "어머니 보십시오."하면서 제상 앞에 놓인

이불 위에 나란히 드러눕는 것이었다.

선비는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저런 미친놈이 있나! 제 어미 제사를 지낸다더니 제상 앞에서 동침을 하는구나."

선비가 더 지켜보니 내외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성껏 절을 하고

제사를 마친 후에 또 등을 들고 두런거리며 나갔다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야 제상을 치우고 선비가 묵고 있는

사랑방으로 음식을 차려서 가져왔다.

아들이 제사 음식을 권하자 그 동안 해괴한 것을 보고

궁금증으로 가득차 있던 선비가 물었다.

"먹는 게 급한 것이 아니고 주인에게 물어 볼 말이 더 급하오.

주인이 제사 지내는 방법은 참으로 이상하오.

제사는 한밤중이 지나야 제물을 차려 놓고 지내는데,

어째서 초저녁에 제물을 차리시는지요?

또 이부자리를 펴 베개 둘을 놓고 등을 들고

내외분이 나갔다가 들어오는 연유는 무엇인지요?

두 분이 제상 앞에서 드러누워 잠자는 척하는 것은 웬일이며,

일어나 제사 지내고 등을 들고 다시 나갔다 들어오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요?"

 
주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제 어머니는 며느리를 보지 못한 한을 안고 돌아 가셨는데,

이제 어머니 소원대로 아들인 제가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제사에서라도 보여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영혼이 오시는 제삿날이면 '어머니,이런 때나 오셔서 보십시오.

저희도 이렇게 부부로 살면서 어머니 제사를 올립니다'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합니다.

처음 등을 들고 나갔다 오는 것은 어머니를 마중 나가서 모셔 오는 것이고,

나중에 등을 들고 나갔다 오는 것은 가시는 어머니를 배웅하고 오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오시는 제삿날이면 항상 죽은 영혼이라도 한이 되지 않도록

이런 방식으로 제사를 지냅니다."

선비는 이 말을 듣고 뜻을 십분 이해하였고,

주인이 무식하기는 하나 효자 중의 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선비는 감탄하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