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廊房(사랑방)

農夫之婦:(농부지부.농부 아내의 지조)

華谷.千里香 2018. 11. 23. 23:27




農夫之婦:(농부지부.농부 아내의 지조)

한 선비가 말을 타고 시골길을 가는데,

너댓 명의 여인들이 호미를 들고 밭에서 김을 매고 있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자니 한 여인이

먼저 선창(先唱)을 하고,다른 여인들이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노래 가사가 보통의 잡가(雜歌)가

아닌 듯하여 유심히 귀를 기울이니,

그것은 서경(書經)의 '무일편(無逸篇)'과

시경(詩經)의 '빈풍'에 있는 내용들이었다.

 
곧 선비는 선창을 하는 여인이

보통의 무식한 선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끌려 만나보고 싶었다.

 
그리하여 근처 언덕에 앉아 바라보고 있으니,

해가 기울어 여인들이 일을 끝내고

호미를 어깨에 걸친 채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에 선비는 선창을 하던 여인의 뒤를 따라갔다.

그리하여 한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종을 시켜 만나보고 싶다는 편지를 전하게 했다.

 
그러자 여인은 다음과 같은 시 두 편을 보내왔다.

 
그 첫 번째 시는 이러했다.

終日相看十目視(종일상간십목시)

하루 종일 바라보며 서로 눈길 주면서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정이 있어도 말을 못해 정이 없는 것 같았네.


蹇裳涉洧非難事(건상섭유비난사)

치마 걷고 강물 건너기 어렵지는 않지만


曾與農夫許不更(증여농부허불경)
일찍이 농부에게 허락한 몸 바꾸지 못하리.


그리고 두 번째 시는 이런 내용이었다.

昔在長安日(석재장안일)

옛날 서울에 있던 그 날에


何不日黃昏(하불일황혼)

어찌 황혼시 와서 말하지 않았는고?


晩作農家婦(만작농가부)

이제 늦어 농부의 아내가 된 지금은


沙田去草根(사전거초근)

모래밭에서 풀뿌리만 뽑고 있도다.

 
이 시를 본 선비는 그 여인의 지조를 알고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기며 발걸음을 돌렸더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