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筠(허균.1569~1618)- 조선조 학자. 문인.
자는 단보(端甫),호는 교산(蛟山)
睡箴(수잠)-許筠(허균)
世人嗜睡(세인기수) : 세상 사람들이 잠을 좋아하여
夜必終夜(야필종야) : 밤이면 으레 밤새도록 자고도
睡晝或睡(수주혹수) : 낮에 또 낮잠을 잔다.
睡而不足(수이불족) : 그리고 잠이 부족하면
則咸以爲病(칙함이위병) : 모두 병으로 여긴다.
故相問訊者(고상문신자) : 그러므로 서로 문안할 때는
至以配於食(지이배어식) : 먹는 것을 붙여
必曰眠食如何(필왈면식여하) : 면식(眠食)이 어떠하냐고 한다.
可見人之重睡也(가견인지중수야):
이것으로 사람이 잠을 대단히 여김을 알 만하다.
余少曰少睡(여소왈소수) : 내가 젊어서는 잠이 적고
亦不病(역불병) : 또 앓지를 않았는데,
年來漸多睡漸衰(년래점다수점쇠):요즘 와서는 잠은 많아지고 점점 쇠약해진다.
不自知其故(불자지기고) : 그래도 나는 그 까닭을 알지 못했었다.
熟思之則睡乃病之道也(숙사지칙수내병지도야):
곰곰이 생각해보니,잠이란 병(病)으 로 가는 길인 것이다.
人身以魂魄爲二用(인신이혼백위이용):
사람의 몸은 혼(魂)과 백(魄) 두 길로 용사(用事)를 한다.
魂陽也(혼양야) : 혼은 양(陽)이고,
魄陰也(백음야) : 백은 음(陰)이다.
陰盛則人衰且病(음성칙인쇠차병):음이 성해지면 사람이 쇠약해져서 병들게 되고,
陽盛則人康无疾(양성칙인강무질):양이 성해지면 사람이 건강하고 무병해진다.
睡則魂出(수칙혼출) : 잠을 자면 혼은 나가고
魄用事于中(백용사우중) : 백이 몸속에서 용사하게 되므로,
故陰以之盛而致衰疾(고음이지성이치쇠질):음이 성해져 쇠약해지고 병드는 것은
固也(고야) : 뻔 한 일이다.
不睡則魂得其(불수칙혼득기용):잠을 안자면, 혼이 제 구실을 하여
自能制魄(자능제백) : 백을 잘 제어해서,
使不得侵陽也(사불득침양야): 양을 침범하지 못하게 만든다.
睡宜不過多也(수의불과다야): 그러므로 잠을 너무 많이 자서는 안 된다.
經云(경운) : 경(經)에 이르기를,
煩惱毒蛇(번뇌독사) : 번뇌(煩惱)는 독사(毒蛇)니,
睡在汝心(수재여심) : 잠이 네 마음에 있는 것이 바로 독사다.
毒蛇已去(독사이거) : 독사가 없어져야만
方可安眠(방가안면) : 편안히 잘 수 있다."하였다.
世之嗜睡者(세지기수자) : 세상의 잠꾸러기들은
皆爲惱蛇所困也(개위뇌사소곤야):
모두 독사 같은 번뇌로부터 욕을 당하는 셈이니,
豈不可懼歟(기불가구여) : 어찌 두렵지 않겠는가?
仍箴以自警曰(잉잠이자경왈) : 잠(箴)을 지어 다음과 같이 스스로 경계한다.
吁惺惺翁(우성성옹) : 아,성성옹이여
宜睡眼勿睡心(의수안물수심) : 눈은 자도 마음은 자지 말라
睡眼則可以炤心(수안칙가이소심): 눈만 자면 마음은 밝힐 수 있지만
睡心則陰魄來侵(수심칙음백래침): 마음까지 자면 음의 백(魄)이 와서 덤빈다.
魄侵陽剝體化爲陰(백침양박체화위음):
백이 침노하여 양이 부서지면 몸이 변하여 음이 되니
其與鬼相尋(기여귀상심) : 그러면 귀신과 서로 어울리게 된다.
吁可畏惺翁(우가외성옹) : 아, 두렵다. 성성옹이여
예로부터 우리들의 인사말에는 진지 드셨습니까?,
혹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등으로 주고받았다.
이를 면식(眠食)인사법이다.
잘 자고 잘 먹는 일이 참으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러나 잠을 자는 일이 몸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한 기본적인
잠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어느 날부터 많은 잠을 잔다거나,
또 잠이 오지 않는다면 모두가 병이 시작된 것이다.
사람의 정신은 두 가지로 분류하는데,
양(陽)의 성질을 가진 혼(魂)과, 음(陰)의 성질을 가진 백(魄)이다.
또 낮은 양이고 밤은 음이며,건강함은 양이고 병들면 음의 세계라 할 수 있다.
필요이상의 잠을 자는 것은 병의 길로 가는 것이니, 되도록 깨어 있어서
양의 상태로 살아가라고 가르친다.
몸이 자는 것도 두려운데,마음마저 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드시 눈을 감고 수면을 취하는 얘기 뿐은 아닌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으라는 간접적인 교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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