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불교)

설산동자(雪山童子)

華谷.千里香 2016. 10. 7. 21:00

 

 

 

설산동자(雪山童子)

 

석가모니부처님의 전생, 설산동자(雪山童子)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설산동자는 청정한 설산(雪山)에서 세속적인 모든 욕심을 버리고

무상대도(無上大道)를 구하기 위해 힘든 고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하늘의 제석천왕(帝釋天王)을 비롯한 많은 천신이

그 고행자를 보고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로다.

저 고행자는 인적이 끊어진 설산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고

가지고 싶은 것을 갖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수행에만 힘쓰고 있다.

저 사람은 무엇을 위해 저토록 힘든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일까?"
"아니, 저렇게 한량없는 복을 지어서 무엇을 하려고 할까?

혹 제석천왕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닙니다.

단지 제석천왕의 자리를 탐내는 자가 저런 고행을 하겠습니까?

저 사람은 아마도 모든 것이 무상하다는 것을 아는

무상심(無常心)을 깊이 체득하여, 위없는 깨달음인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제석천왕은 여러 천신의 말을 들은 다음 입을 열었습니다.
"비유컨대, 마갈어가 수억만 개의 알을 낳지만,

그 알이 모두 부화되어 큰 물고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마찬가지로 무상대도를 이루겠다고 발심(發心)을 하는 사람은 많지만,

무상대도를 성취하는 자는 극히 드물다.

내가 친히 시험해 보리라."
제척천왕은 곧바로 사람을 잡아 먹는 흉측한 나찰귀신의 모습을 바꾸고

설산으로 내려가, 동자가 수행하는 근처에 앉아 게송을 읊었습니다.

 

변천하는 모든 것은 덧없나니
이것이 생멸(生滅)의 법이라네
諸行無常 是生滅法(제행무상 시생멸법)

설산동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니, 어디에서 이렇게 훌륭한 법문이 들려오는가?

어디에서 이와 같은 반쪽의 여의보주가 쏟아졌는가?"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주위에는 오직 흉측하게 생긴 나찰만이

저쪽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혹시 당신께서 조금 전에 노래를 부르셨습니까?"
"내가 너무 배가 고파서 그런 헛소리를 했는지도 모르오."
"당신은 무엇을 먹고 삽니까?"
"놀라지 마시오.

나는 산 사람의 따뜻한 고기와 피를 먹고 사는 나찰귀신이라오."
"조금 전에 설한 법문은 반쪽밖에 안됩니다.

나머지 반쪽을 마저 들려주신다면 기꺼이 이 몸을 드리겠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겠소."
"내가 당신께 이 몸을 보시한다는 것을 천지 신명께 맹세하겠소."
"그렇다면 잘 들으시오. 행자여."

 

나고 죽는 법이 다 없어지면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누리리라
生滅滅已 寂滅爲樂(생멸멸이 적멸위락)

나머지 게송을 듣고 난 뒤 행자는 나무와 돌, 땅에 부지런히

게송을 쓴 다음 높은 나무 꼭대기로 올라갔습니다.
"시방제불(十方諸佛)이시여, 일언반구(一言半句)를 위해

이제 이 몸을 버리오니 저를 증명해 주소서."
그리고는 나찰의 입을 행해 몸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허공에서는 온갖 음악 소리가 울려 퍼졌고,

나찰귀신은 제석천왕의 모습으로 돌아와 설산동자의

몸을 허공에서 살며시 받아 평지에 내려 놓았습니다.

제석천왕을 비롯한 여러 천인들은 설산동자의 발 아래

예배를 하며 찬탄하였습니다.
"장하셔라, 당신은 진정한 보살입니다.

무명속에서 법의 횃불을 켜고 한량없는 중생을 이롭게 하려 하십니다.

저희는 부처님의 높은 법을 지극히 아끼옵기에 시끄럽고 번거롭게 하였사오나,

참회하는 정성을 받아 주시고 무상대도를 이루어 저희를 제도해 주소서."
제석천왕과 모든 하늘 대중들은 다시 설산동자에게 예배하고 물러갔습니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이 이야기를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다음,

 '전생의 설산동자 시절, 반 게송을 위해 몸을 버린 인연으로

성불의 시기를 12겁(劫)이나 앞당겨, 미륵보살보다

먼저 부처가 되었다' 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