舍廊房(사랑방)

暗行御史 朴文秀(암행어사 박문수)와 관상쟁이

華谷.千里香 2016. 12. 1. 19:30




暗行御史 朴文秀(암행어사 박문수)와  관상쟁이

어사 박문수가 어명을 받들어 호남으로 암행을 나갔다.

한강을 건너기 위해 노량진 포구에 갔는데 사람이 많고 복잡했다.

 
그 중 유독 점쟁이 하나가 눈에 띄어 복채가 얼마인지 묻자 닷 냥씩이나 했다.

사기꾼이 아닌가 싶어 관찰하고 있는데 어떤 부인이 관상을 보러 왔는데,

닷 냥이라는 큰 돈을 내고서 점을 보았다.


관상쟁이가 눈을 감고 글자중 하나를 찍어보라 하여,

부인은 한일자를 찍었다.

찍고 나서는 집 나간 지 10년 된 남편의 생사를 알고 싶다고 하니

한일자가 누워있는 상이라 사람이 죽었으니 찾지 말라고 했다.

부인은 닷 냥이 아깝기도 하고 믿기지 않기도 해

다시 한 번 점을 보자고 하여,

이번에는 藥[약]자를 찍었다.

“약자는 풀 草[초]변에 가운데 흰 白[백]자가 있고

양쪽에 실 絲[사]자가 있으며,

아래에는 나무 木[목]자가 있는데,

木棺[목관]에다 실로 꽁꽁 묶은 백골을 넣었고

그 위에 풀이 난 것으로 보아 죽은 지 한참 되었다.”고 했다.

 

옆에 있던 박문수가 그럴 듯 해 보여 자신도 점을 쳐 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점卜[복]자를 찍었더니 점쟁이가

“어사님, 용서해주십시오”라고 하며 빌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글자풀이를 해보라고 하자,

사람이 서 있는데 점 하나를 찍은 것이

마패를 찬 암행어사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박문수는 자신이 암행어사라는 것은 영조대왕과

자신밖에 모르는 일인데 일개 거지에 불과하다고 잡아 떼었다.

그러자 점쟁이는 "당신이 선택한 점복자를 보니 사람이 서 있는데

가운데 허리춤에 마패를 차고 있습니다(卜).

당신은 어사또 나리가 틀림없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에 놀란 박문수는 그길로 영조대왕에게 달려가

이 관상쟁이에 대하여 보고를 드렸다.

그러자 영조대왕도 그 기이한 점쟁이에게 흥미가 생겨 얼마후

거지행색을 하고 수원 장날에 맞추어 그 점쟁이를 찾아갔다.


좌판 앞에서 점쟁이가 점을 치는 광경을 살피던 영조는

점쟁이가 미리 준비한 글자를 선택하지 않으면

못 맞출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조는 점쟁이에게 자신은 배운게 없는 거지라서

아는 글자는 이것밖에 없다며 지팡이로 땅바닥에 한 一[일자를 그었다.

그러자 한일자를 한참 응시하던 점쟁이는 갑자기 삼배를 올리며

"상감마마께서 어인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 행차를 하셨습니까"

라며 예를 올리는 것이었다.


영조대왕은 속으로 기겁을 하며

자신은 일개 거지에 불과한데

어째서 그런말을 하냐며 호통을 쳤다.

그러자 점쟁이는 "땅바닥에 지팡이로 한 一[일]자를 그으셨는데

땅은 土[토]이고 땅위에 한 一[일]자를 합하면

임금 王[왕]이 되지 않습니까?"라고 하는 것이었다.


영조대왕은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못하고 그 자리를 떠나 궁궐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개월 후 영조는 자신과 연령이 비슷한 거지를 데려와

대감행색으로 변장케 하고 수십명의 하인들을 대동케하여

고관대작 행차를 만들었다.

그리고 수원남문 앞에 있는 점쟁이에게 점을 치러 가서

자신이 했던 것과 똑같이 땅바닥에 한 一[일]자를 그었다.


그러자 점쟁이는 한참동안 바닥을 응시하다가

"당신은 대감으로 변장을 하고는 있으나

일개 거지에 불과하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거지가 어디서 그런 망말을 하냐며 호통을 쳤다.

그러자 점쟁이는 "당신이 땅바닥에 한 一[일]자로

누워 자는 사람이니 거지가 아니냐"라고 대답하였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영조대왕은 탄복해 마지 않으며

수원의 점쟁이를 한양으로 불러다가 국가의 대사를 앞두고

조언을 해주는 관상감으로 발탁하여 중용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