箴言(잠언)-李恒福(이항복)
誡朝箴(계조잠)-아침을 경계한 잠
早鴉飛鳴(조아비명) : 아침에 까마귀 울면서 날고
紙窓生明(지창생명) : 문창에는 밝은 빛이 생겨난다.
羣動已囂(군동이효) : 모든 동물이 이미 분주하고
各役於情(각역어정) : 각각 마음의 부림을 받는구나.
人所孜孜(인소자자) : 사람들 힘쓰는 일에서
舜蹠相形(순척상형) : 순임금과 도척이 서로 드러난다.
義理吉凶(의리길흉) : 의리와 길흉이
隨動以生(수동이생) : 움직임에 따라 생기난다.
審察危微(심찰위미) : 위태로움과 은미함 살펴서
涖事以誠(리사이성) : 성심을 다하여 일을 보아라.
夕以告天(석이고천) : 저녁마다 그것들을 하늘에 고한다면
庶無逕庭(서무경정) : 크게 어긋남은 거의 없을 것이다.
書床箴(서상잠)-서상에서의 잠언.
進取之難(진취지난) : 나아가 성취하기는 어렵고
退臧之易(퇴장지역) : 물러나 숨기는 쉬운 법
白首無歸(백수무귀) : 나이 든 백발은 돌아갈 데 없어도
黃卷有味(황권유미) : 오래된 책에는 깊은 맛이 있다
俛焉孶孶(면언자자) : 힘써 부지런히 읽어서
人棄我取(인기아취) : 남이 버린 것도 나는 취하리라
往者難追(왕자난추) : 지난 일은 따라가기 어렵고
來或可冀(래혹가기) : 다가오는 일은 기대할 만하다
庶幾夙夜(서기숙야) : 바라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以免大恥(이면대치) : 힘써서 큰 수치를 면했으면
悠爾而安(유이이안) : 마음이 한가하여 편안해지니
別有天地(별유천지) : 또 하나의 세계가 따로 있구나.
恥辱箴(치욕잠)-치욕에 대한 잠언
士之所欲遠者恥辱(사지소욕원자치욕):선비가 멀리하고자 하는 것은 치욕이지만
眞知恥辱者鮮矣(진지치욕자선의):정말로 치욕을 아는 자는 아주 드물다
居下流爲大辱(거하류위대욕):하류에 처한 것이 가장 큰 치욕으로 여기고
不若人爲深恥(불약인위심치):남만 같지 못함이 깊은 수치로 여긴다.
置身高遠者(치신고원자) :고원한 곳에 몸을 둔 사람은
恥辱無自以至(치욕무자이지): 치욕이 그에게 올 수 없다.
行遠升高(행원승고): 먼 곳엘 가고 높은 곳을 오르려면
必自卑近(필자비근): 반드시 낮고 가까운 데서 시작하므로
則盍先慥慥於幽隱(칙합선조조어유은):어찌 먼저 은미한 데에 독실하지 않으리.
懷安則易以頹墮(회안칙역이퇴타):안락하길 생각하면 쇠퇴해지기 쉽고
同俗則流於鄙吝(동속칙류어비린):세속과 동화하면 비루한 곳에 빠진다.
存心養性則德日尊(존심양성칙덕일존):심성을 존양하면 덕이 날로 높아지고
人十己百則學日進(인십기백칙학일진):남보다 열배 노력하면 학문이 진보하리라
惟困知而勉行(유곤지이면행):오직 열심히 노력하여 알고 힘써 행해야
或庶幾於斯訓(혹서기어사훈):혹 이 교훈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警夕箴(경석잠)-저녁시간을 경계하는 잠언
夕日入牖(석일입유): 석양빛이 들창에 들어오니
流光易沈(류광역침): 하루해가 저물려 하는 구나
年數不足(년수불족): 남은 생이 넉넉지 못하니
怵然驚心(출연경심): 두렵게도 마음이 깜짝 놀란다.
開卷對越(개권대월): 책을 펴고 성현을 대하면
赫若有臨(혁약유림): 혁연히 곁에 계신 듯하다
敢娛以嬉(감오이희): 감히 즐기며 놀기나 하면서
虛此分陰(허차분음): 나누어 받은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
披榛覓路(피진멱로): 잡목 덤불 헤치고 길 찾으려 하나
日暮難尋(일모난심): 날 저물어 찾기도 어렵다
膏車秣馬(고차말마): 수레에 기름 치고 말 먹여
疾驅駸駸(질구침침): 빨리 몰아서 급히 달려야겠다.
養以夜氣(양이야기): 밤기운으로 수양하고
待朝警戒(대조경계): 아침이면 경계해도
終日接物(종일접물): 종일토록 사물을 접하고 나면,
至夕昏氣易乘(지석혼기역승):저녁에는 어두운 기운이 타기 쉽다.
又復作意自警(우부작의자경):또 다시 마음을 먹고 스스로 경계하면
人之爲人(인지위인):사람들 중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幾矣(기의) : 거의 가까워질 것이다.
擯逐以後(빈축이후): 나는 조정으로부터 쫓겨난 이후
閑居無事(한거무사): 일 없이 한가하게 지내면서
以是自飭(이시자칙):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경계하여,
尋理舊業(심리구업): 옛날에 배운 학업을 찾아보니
茫然己失(망연기실): 아득히 벌써 다 잊어버렸고,
時復思繹(시부사역): 때로 다시 생각하여 캐내려 하여도
衰懶已甚(쇠라이심): 이미 매우 쇠하고 나태해졌다.
懼其因老而遂廢也(구기인노이수폐야):늙음으로 인하여 끝내 폐해질까 두려워
書三箴于壁(서삼잠우벽):이 세 가지 잠언을 벽에 써 붙여 놓고,
庶朝夕觀省而自警也(서조석관성이자경야):
조석으로 보고 반성하며, 스스로 경계하려 한다.
양야잠(養夜箴)-긴 밤을 경계하는 잠
昆侖旁薄(곤륜방박) : 천상의 곤륜과 지하의 방박은
乃幽之理(내유지리) : 바로 그윽한 이치이고
黃純于潛(황순우잠) : 지하에 순순히 가라앉아 숨으면
宜礥之爾(의현지이) : 당연히 그 기서 딱딱해질 뿐이다
前念已息(전념이식) : 지난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後念未暢(후념미창) : 뒤의 생각은 열리지 못했기에
忘則廢墜(망즉폐추) : 잊어버리면 헐어져 떨어지고
助乃震盪(조내진탕) : 조장하면 흔들려 뜰어오르니
涵而澄之(함이징지) : 함양하여 그것을 맑혀야만
妙契昭融(묘계소융) : 묘하게 얽힌 것이 환히 밝아져서
日出事生(일출사생) : 해가 뜨고 일들이 생기매
滿座光風(만좌광풍) : 온 좌중에 가득 화창한 바람 인다.
이항복(李恒福)은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1556-명종 11년~1618-광해군 10년)
임진왜란 때 병조판서를 지내면서 많은 공적을 세웠으며
벼슬이 영의정에 이르렀다.
본관은 경주(慶州), 일명 오성대감(鰲城大監).
자는 자상(子常),호는 필운(弼雲).백사(白沙)동강(東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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