回文詩.九曲歌(회문시.구곡가)

율곡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

華谷.千里香 2020. 4. 13. 22:46




율곡의 고산구곡가(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 

고산의 아홉 굽이 못을 세상사람 일찍이 몰랐었네                

高山九曲潭世人未曾知(고산구곡담세인미증지)

띳집 짓고 와서 사니 벗들이 모두들 모여드네.                        

誅茅來卜居朋友皆會之(주모래복거붕우개회지)

무이를 상상해 보니 소원은 주자를 배우는 것뿐.                     

武夷仍想像所願學朱子(무이내상상소원학주자)

 

첫째 굽이 어디 메뇨 관암(冠巖)에 해 비치는 곳                     

一曲何處是冠巖日色照(일곡하처시관암일색조)

펀펀한 들판에 안개 거치면 먼 산이 진정 그림 같아라             

平蕪煙歛後遠山眞如畵(평무연감후원산진여화)  감(歛)-렴(斂)

소나무 사이에 술 항아리 두고 친구 오길 우두커니 기다리네     

松間置綠樽延佇友人來(송간치녹준연저우인래)

 

둘째 굽이 어디 메뇨 화암(花巖)에 봄빛이 저무는 곳                

二曲何處是花巖春景晩(이곡하처시화암춘경만)  

푸른 물결 위에 산꽃이 떠서 들 밖으로 흘러 흘러간다.            

碧波泛山花野外流出去(벽파범산화야외유출거)

승지를 사람이 모르더니 사람들 알게 되면 어떡하나.               

勝地人不知使人知如何(승지인부지사인지여하)

 

셋째굽이 어디 메뇨 취병(翠屛)에 잎사귀 덮인 곳                   

三曲何處是翠屛葉已敷(삼곡하처시취병엽이부)

푸른 나무에 산새들 있어 오르내리며 지저귀네.                      

綠樹有山鳥上下其音時(녹수유산조상하기음시)

반송에 부는 시원한 바람 조금도 무더위 모를레라.                 

盤松受淸風頓無夏炎熱(반송수청풍돈무하염열)

 

넷째 굽이 어디 메뇨 송애(松崖)에 해 지는 곳                       

四曲何處是松崖日西沈(사곡하처시송애일서침)

못 속에는 바위 그림자 거꾸로 서서 온갖 색깔이 모두 잠겨있네.

潭心巖影倒色色皆蘸之(담심암영도색색개잠지)

숲이랑 샘이랑 깊을수록 더 좋아 그윽한 흥취 가누기 어려워라.

林泉深更好幽興自難勝(임천심경호유흥자난승)

 

다섯째 굽이가 어디 메뇨 은병(隱屛)이 가장 보기 좋은 곳        

五曲何處是隱屛最好看(오곡하처시은병최호간)

물가에는 정사도 있어 깨끗하고 시원하기 한량없어라.            

水邊精舍在瀟灑意無極(수변정사재소쇄의무극)

그 안에서 늘 학문을 강론하며 달도 읊고 바람도 읊는다네.      

箇中常講學詠月且吟風(개중상강학영월차음풍)

 

여섯째 굽이 어디 메뇨 조계(釣溪)의 시냇물 넓기도 한 곳        

六曲何處是釣溪水邊闊(육곡하처시조계수변활)

모르겠네, 사람과 물고기 중에 그 즐거움 어느 쪽이 더 할런지. 

不知人與魚其樂孰爲多(부지인여어기락숙위다)

황혼에 낚싯대 둘러매고서 무심히 달빛 띠고 돌아온다네.         

黃昏何竹竿聊且帶月歸(황혼하죽간료차대월귀)

 

일곱째 굽이 어디 메뇨 풍암(楓巖)에 가을 빛 선명한 곳            

七曲何處是楓巖秋色鮮(칠곡하처시풍암추색선)

하얀 서리 살짝 내리자 절벽이 그야말로 비단일세.                  

淸霜薄言打絶壁眞錦繡(청상부언타절벽진금수)

차가운 바위에 홀로 앉았노라면 그대로 집 생각 잊어버린다.    

寒巖獨坐時聊亦且忘家(한암독좌시료역차망가)

 

여덟째 굽이 어디 메뇨 금탄(琴灘)에 달이 한창 밝은 곳           

八曲何處是琴灘月正明(팔곡하처시금탄월정명)

옥 거문고 금 거문고로 무심히 두서너 곡 타 보는데                

玉軫與金徽聊奏數三曲(옥진여금휘료주수삼곡)

옛 가락 아는 이 없으니 혼자서 즐긴들 어떠리.                      

古調無知者何妨獨自樂(고조무지자하방독자락)

 

아홉째 굽이 어디 메뇨 문산(文山)에 세모 철이 다가온 곳        

九曲何處是文山歲暮時(구곡하처시문산세모시)

기이한 바위 괴상한 돌멩이도 모두 눈 속으로 모습 감추었다.   

奇巖與怪石雪裏埋其形(기암여괴석설리매기형)

유람객들 제 와서 보지도 않고 공연히 좋은 경치 없다 하누나.   

遊人自不來漫謂無佳景(유인자불래만위무가경)

 

[참고사항]

1. 이 연시조는 율곡이 해주 고산 석담에 이상향이라 할 수 있는

씨족을 모아 살면서 은병정사라는 학교를 세우고 강학을 할 때 지은 시조이다.

2. 연시조의 짜임은 제1편은 서시이고,

2곡 3곡---순서로 9곡까지 아름다운 경치를 노래한 글이다.

주자의 무이도가를 본 떠 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 한글본 옆에 실린 한문본은 우암 송시열이 번문(番羽文)한 것이다.

 5자씩 묶어 번문하였으며 10자가 한행을 이루고 있다.

4. 율곡은 한글로 이 시조 뿐만 아니라 '自警別曲(자경별곡)' '사서언해' 등

한글로 된 글을 많이 쓰기도 하였다.

백성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5. 이 시조 외에 시조를 쓰지 않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