擊蒙要訣(격몽요결)終

第十 處世章(처세장)-세상을 살아가는 데 관한 것을 설명한 글

華谷.千里香 2020. 2. 4. 20:12




 第十 處世章(처세장)-세상을 살아가는 데 관한 것을 설명한 글

 

  1.古之學者  未嘗求仕  學成則爲上者ㅣ擧而用之  蓋仕者  爲人  非爲其也 

     고지학자  미상구사  학성즉위상자ㅣ거이용지  개사자  위인  비위기야 

     今世則不然  以科擧  取人

     금세즉불연  이과거  취인

 

    雖有通天之學  絶人之行  非科擧  無由進於行道之位.   

    수유통천지학  절인지행  비과거  무유진어행도지위 

    故  父敎其子  兄勉其第ㅣ科擧之外  更無他術 

   고   부교기자   형면기제  과거지외  갱무타술

 

  士ㅣ習之偸職  此之由  第今爲士者  多爲父母之望  門戶之計 

  사   습지투직  차지유  제금위사자  다위부모지망  문호지계

  不免做科業  亦當利其器  俟其時  得失  付之天命

  불면주과업  역당리기기  사기시  득실  부지천명

 

  不可貪躁熱中  以喪其志也. 

  불가탐조열중  이상기지야

 

옛날의 학자는 일찌기 벼슬을 구하지 않았고 학문을 이루면 윗사람이 천거하여

그를 등용했나니, 대개 벼슬한 사람은 남을 위했고 자기를 위하지 아니했거늘,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아니하고 과거로써 사람을 뽑으니,

 

비록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는 학문과 남보다 뛰어나는 행실이 있다 해도

과거가 아니면 도를 행할 자리에 나갈 수 없다.

그러므로 아버지는 그 아들을 가르치고 형이 그 아우에게 권면하는 것은

과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선비가 벼슬을 탐내는 풍습은 이에 연유한 것이다. 이제 선비된 사람들은 많이들 부모의 희망과 문중의 계책을 위하여

과거 공부에 힘쓰는 일을 면할 수 없으니, 또한 마땅히 그 기품을 갈아서

그 때를 기다려 성공과 실패를 천명에 맡길 것이지

벼슬을 탐내어 초조하고 열중해서 이로써 그 뜻을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 절인지행 -  남보다 썩 뛰어난 행실.

  갱무타술 - 고칠 만한 다른 술책이 없음  

  습지투직 - 벼슬을 탐내는 풍습.

 

2.人言  科業  爲累  不能學問  此亦推託之言  非出於誠心也 

   인언  과업  위루  불능학문  차역추탁지언  비출어성심야 

   古人  養親  有躬耕者  有行傭者  有負未者 

   고인  양친  유궁경자  유행용자  유부미자 

   

사람들의 말에 과거 공부가 번거로워서 학문을 할 수 없다고 하나

이것은 역시 핑계하는 말이고 진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옛날 사람은 부모를 봉양함에 몸소 밭을 가는 사람도 있고,

다니며 품팔이 하는 사람도 있고, 쌀을 져 나르는 사람도 있었다.

 

 * 추타지언 - 다른 일로 핑게하는 말.

 

夫躬耕 行傭 負米之時  勤苦甚矣  何暇  讀書乎 

부궁경 행용 부미지시  근고심의  하가  독서호  

惟其爲親任勞  旣脩子職  而餘力  學文  亦可進德.

유기위친임로  기수자직  이여력  학문  역가진덕

  

대개 몸소 밭을 갈고, 다니며 품팔이를 하고, 쌀을 져 나를 때에

고생이 심했을 것이니, 어느 겨를에 글을 읽었으랴마는,

오직 그들은 부모를 위해 수고를 하여 이미 자식으로서의 해야 할

책임을 다하고 남은 힘으로 글을 배웠어도 역시 덕을 쌓을 수 있었다.

 

今日之爲士者  不見爲親任勞  如古人者  只是科業一事ㅣ是親情之所欲.

금일지위사자  불견위친임로  여고인자  지시과업일사ㅣ시친정지소욕

 

오늘날의 선비된 자는 옛날 사람처럼 어버이를 위하여

수고하는 이를 볼 수 없고, 다만 과거 공부 한 가지 일만이

곧 어버이의 마음에 바라는 것이 되었다. 

 

今旣不免做功 則科業  雖與理學  不同  亦是坐而讀書作文  其便於躬耕 行傭

금기불면주공 즉과업  수여이학  부동  역시좌이독서작문  기편어궁경 행용

負米ㅣ不啻百倍.   況有餘力  可讀性理之書哉.

부미ㅣ불시백배    황유여력  가독성리지서재

 

이제 이미 이 공부를 면할 수 없는데 과거 공부가 비록 성리학과는 다르지만

역시 앉아서 책이나 읽고 글이나 짓는 것이니,그들이 몸소 밭을 갈고

다니며 품팔이하고, 쌀을 져 나르는 것보다 편하기가 백배일 뿐 아니라,  

더우기 남은 힘으로 성리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지 아니한가?

 

 * 이학 - 성리학의 약칭.

       성리학은 성명(性命)과 이기(理氣)의 관계를 설명한 유교철학.

       송나라의 주염계, 장횡거, 정명도, 정이천, 주희 등이 주장한 학설.                 

    성리지서 - 성리학에 관한 서적.      

 

只是做科業者  例爲得失所動  心常躁競  反不若勞力之不害心  

지시주과업자  예위득실소동  심상조경  반불약노력지불해심 

故  先賢  曰 不患妨功  惟患奪志.

고  선현  왈 불환방공  유환탈지

 

若能爲其事 而不喪其守  則科業理學  可以竝行  不悖矣.

약능위기사 이불상기수  즉과업이학  가이병행  불패의.

 

다만 과거 공부를 하는 사람은 으례 성공하느냐 못하느냐에 동요되어

마음이 항상 초조하게 다투므로, 도리어 노력함이 마음을

해롭게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러므로 옛 현인들이 말하기를, '공들이는 것이 방해될까 근심하지 말고,

오직 뜻을 빼앗길까 근심하라.'하셨다.

 

만약 능히 과거 공부를 하면서도 그 지켜야 할 분수를 잃지 않는다면,

과거 공부와 이학 공부를 가히 병행할지라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 조경 - 초조하게 다툼

 

 今人  名爲做擧業 而實不著功  名爲做理學 而實不下手  若責以科業 

 금인  명위주거업 이실부저공  명위주이학 이실부하수  약책이과업 

 則曰 我志於理學   不能屑屑於此.     

즉왈 아지어이학   불능설설어차 

 

若責以理學  則曰 我爲科業所累  不能用功於實地.

약책이이학  즉왈 아위과업소루  불능용공어실지

 

지금 사람들은 명목은 과거 공부를 한다면서 실은 공을 나타내지 못하고,

명목은 이학 공부를 한다면서 실은 손도 대지 못하다가,

만약 과거공부를 재촉하면 말하기를 '나는 이학에 뜻을 두고 있어서

이에 힘쓸 수 없다.' 말하고,

 

만약 이학 공부를 재촉하면 말하기를 '나는 과거 공부에 매여 있어서 

실지에 힘을 쓸 수 없다.'고 한다.

 

* 실지로는 아무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이 핑게 저 핑게로

  일관하고 있는 사람을 예로 들어 경계하고 있다.

 

如是兩占便宜  悠悠度日  卒至於科業理學  兩無所成  老大之後 

여시양점편의  유유도일  졸지어과업이학  양무소성  노대지후 

雖悔ㅣ何追.  嗚呼  可不戒哉.  

수회ㅣ하추.  오호  가불계재

 

이와 같이 편의에 따라 두 가지로 말을 하고 아무 하는 일 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마침내는 과거 공부도 이학 공부도 다 이루지 못하고 마니,

늙은 뒤에 비록 뉘우친들 어찌 미치랴?  아아! 가히 경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3.人於未仕時 惟仕是急  旣仕後 又恐失之 如是汨沒  喪其本心者ㅣ多矣. 豈不可懼哉

   인어미사시 유사시급  기사후 우공실지 여시골몰  상기본심자ㅣ다의  기불가구재

 

   位高者  主於行道  道ㅣ不可行  可以退矣.

   위고자  주어행도  도ㅣ불가행  가이퇴의.  

   若家貧  未勉祿仕  則須辭內就外  辭尊居卑  以免飢寒而已.

   약가빈  미면녹사  즉수사내취외  사존거비  이면기한이이

 

   雖曰祿仕  亦當廉勤奉公  盡其職務  不可曠官 而餔啜也.   丁丑季冬  書. 

  수왈녹사  역당염근봉공  진기직무  불가광관 이포철야.   정축계동  서

 

사람들은 아직 벼슬을 못 했을 때에는 오직 벼슬하기에만 시급하고,

이미 벼슬을 한 뒤에는 또 벼슬을 잃을까 염려하며,

이와 같은 생각에만 골몰하여 그 본마음을 잃어버리는 사람이 많으니,

어찌 두려워하지 않으랴?

 

벼슬이 높은 사람은 도를 행하기에 주력하다가 도를 행할 수 없으면

가히 이로써 물러날 것이다.

만약 집이 가난하여 아직 녹사를 면할 수 없다면, 모름지기 내직을 사양하고

외직으로 나가며, 높은 자리를 사양하고 낮은 자리에 있음으로써

굶주림과 추위를 면하면 그만이니,   

 

비록 녹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또한 마땅히 청렴하고 근면하게 봉공하여

그 맡은 일을 충실히 해야 하고, 자리를 오래 비워놓고 놀고 먹어서는 안 된다.

 

   정축(1577)년 늦가을에 적는다.

 

 * 녹사 - 녹(나라에서 주는 급여)을 타기 위해 벼슬을 함.

   광관 - 벼슬자리를 오래 비워놓음.

   포철 - 음식을 먹고 마심.

 擊蒙要訣 終